[연재] 관악을 밝히는 숨은 얼굴들 ④

관악캠퍼스 순환도로엔 밤늦도록 경광등이 사라지지 않았다. 3만명이 넘는 학내 구성원들을 지키는 청원경찰의 순찰이 밤새 이어지기 때문이다. 1993년 관악캠퍼스에 청원경찰이 처음 들어온 이래 지금까지 청원경찰들은 학내 치안과 질서를 위해 노력해 왔다. 『대학신문』에서는 문화관(73동) 청원경찰실에서 1976년부터 관악캠퍼스를 지켜온 신동구 반장을 만났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관악캠퍼스엔 신 반장을 비롯한 13명의 청원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관악경찰서에서 관리 감독을 받고 관할 지역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일반의 오해와 달리 청원경찰들은 일선 경찰이 아니라 학교에 소속된 직원이다. 다만 신 반장의 경우 공개채용 방식이 도입되기 전에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1985년 공무원으로 서울대에 입사했지만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1999년부터 청원경찰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며 자신의 특이한 입사 이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교내 청원경찰은 본부의 공채채용 방식으로 무술, 업무 능력 등을 바탕으로 선발되고 있다.

3만명이 넘는 학내 구성원들이 모인 큰 공동체를 관리하는 이들의 긴장감은 일선 경찰과 다르지 않다. 파손·도난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한 외부인이 지속적으로 차량 창문을 파손하고 타이어를 구멍냈던 사건을 떠올렸다. 신 반장은 “청원경찰들이 40~50여일 잠복근무한 끝에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을 인계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심신미약 판정이나 가벼운 처벌로 다시 학교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청원경찰의 일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청원경찰은 도난 사고 예방을 위해서 ‘안전지키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활동 중 하나는 학내 곳곳을 순찰하며 방치된 물건에 경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이다.(사진①) 도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청원경찰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신동구 반장은 “각 건물마다 방호원들의 범위나 업무시간에 따라 취약시간과 취약지구가 있는데 이런 취약점을 파악해 보완할 계획”이라며 향후 업무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이외에도 학내에는 청원경찰들이 처리해야 할 다양한 업무가 있다. 정기 순찰 및 외부인 관리 등 학내 안전과 관련한 일이 모두 이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야간에도 순찰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한다. 야간 업무 중에는 여교수나 여학생의 귀갓길을 도와주는 '안심귀가서비스'도 실시한다. 밤을 지새운 다음날은 비번이지만 주간부터 야간으로 이어지는 24시간 근무는 쉽지 않은 근무 일정이다. 또 학교에 출입하는 외부인에 관한 일들을 관리하기도 한다. 학생증을 위조해 학내 구성원인 양 행동하는 외부인을 발견하거나, 자살한 외부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등 여러 일이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의 사례로 “지난 겨울에는 버너를 보관해둔 75동(대학신문사) 3층에 노숙인이 출입해 이를 막기도 했다”며 “노숙인의 흡연 등으로 화재사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내 안전에 관해 1차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만큼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교내에는 많은 스쿠터 운전자들이 있다. 신동구 반장은 이들에게 “본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헬멧은 꼭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비쳤다. 화재 예방을 위해 개인 취사를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그는 “화재 예방을 위해 동아리 방들을 순회하며 휴대용 버너를 회수했지만 여전히 많은 동아리 방들이 화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화재 예방을 위해 학내에서 야외 취사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3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이 사는 관악캠퍼스는 인구로 볼 때는 한 군(郡)과 다름없다. 지금의 청원경찰은 인력 규모나 시설 측면에서 이를 관리하기에 부족하다. 신 반장은 “이 정도 규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증원이 본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흘에 한 번 돌아오는 야간근무 때면 길게는 24시간을 머물 때면 쉴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이처럼 미흡한 여건임에도 신 반장은 “학교의 예산이 제약돼 있을 텐데 우리만 욕심을 부릴 수는 없다”며 “다행히 시설과에서 순찰차는 한 대 더 추가해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학내 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를 모토로 하는 청원경찰들은 오늘도 학내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밤늦은 귀갓길이 무섭다면 주저 없이 청원경찰실로 전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문의: 청원경찰실 880-8112, 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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