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많은 비판과 우려 속에서 서울대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다. 『대학신문』은 평의원회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법인 전환 이후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법인 서울대’란 무엇인가=법인서울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법인 서울대’의 정체성은 명확히 규정되지 못했다. 서울대가 국립대중에서 법인화된 첫 사례이며 법인화 당시 ‘국립법인’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법인화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법인특별위원회(특별위) 전 위원장 왕규창 교수(의학과)는 “국립대학법인의 성격을 규정하고 법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위는 국립법인을 종전의 정부 소속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법인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김재형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서울대가 법인화됐다는 것은 국가 소속기관의 지위에서 벗어나 독립 법인으로서의 자율성을 보유하고 법률이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인정하는 단체가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연천 총장도 법인의 개념을 자율성의 의미에서 해석했다. 축사에서 오 총장은 “법인전환은 사실 광범위한 변화라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 서울대’의 역할도 여전히 합의되지 않았다. 법인 서울대는 독립적인 법인임과 동시에 국립대의 역할을 지니고 있다. 김재형 교수는 “국립대학법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자율성, 공공성, 효율성의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법인화의 최대 장점으로 자율성이 꼽혀 왔다. 이후 정부의 규제를 받던 행정제도, 예산집행 등에서 어느 정도 자율적 결정이 가능해졌으나 법인화 당시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여전히 외부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법인화 이후 본부는 다수의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해왔다. 교수 임용의 유연성이 증가하면서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을 유치하고 차세대 우수학자를 초빙했다. 직원의 경우 기존 공무원 체제를 벗어났기 때문에 승진 등에 있어 인사제도의 자율성이 개선됐다. 특히 자율적 조직개편이 가능해지면서 기획부총장직도 신설해 3부총장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교무처에 교육부처장직을 신설하고 미래교육팀, 학생소통팀 등 그동안 필요하다고 판단됐던 실행 조직을 신설했다. 임정기 기획부총장은 “이러한 자율적인 조직개편이 가능해지면서 행정역량을 강화하고 유연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법인화로 자율성 늘었나=그러나 법인화 후에도 본부가 여전히 국고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자율성의 확보를 미흡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고출연금이 증가하면서 당장의 예산감소는 없었으나 국고출연금 확보를 위해 정부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본부는 발전기금 확충, 민간 기부재원 확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국고출연금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전 회장 호문혁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보직자들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부처를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매년 예산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학교를 운영할 정도의 기금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화 이후 예산 집행의 융통성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당시 기대만큼 재정 집행권한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항목별로 예산을 지급받던 법인화 이전과 달리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출연금의 사업비 범주 내에서 집행의 융퉁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예산내역을 항목별로 국가에 보고하고 있다. 이에 남익현 기획처장은 “국고출연금 총액출연을 올해의 현실적인 과제로 삼고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이 학외 영향력에 취약하게 구성돼있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이사회는 내부인사 7명과 교육부 및 기획재정부 차관을 포함한 외부인사 8명으로 구성된 외부자 중심 형태다. 이사회는 자가선출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다음 이사회 역시 외부자형 이사회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 이사회는 형식상의 의결을 할 뿐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으나 외부권력에 취약한 구조를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사회대 학장 양승목 교수는 “언젠가 서울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어 하는 정권이 나타난다면 지금의 있는 듯 없는 듯한 이사회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그런 경우를 대비해 이사회 구성을 반드시 학내인사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장선임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날 공청회에서는 총장 선임 방식에 대한 논의가 특히 활발히 이뤄졌다. 2014년 새로 선임되는 총장은 법인화 이후 처음 선출되는 총장이기 때문에 그 선임방식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 법인화법에 따라 26대 총장을 선임하게 될 경우 서울대는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게 된다. 현재 법인화법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르면 총장추천위원회는 이사회와 평의원회가 추천한 서울대 교직원 및 외부인사 등을 포함해 30여명 이내로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3명의 총장 후보자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하게 되고 이후 이사회가 추천된 후보 중 1명을 선출한다.

이러한 총장 선정 방식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형준 교수(재료공학부)는 “현재의 총장 선임 방식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미흡하다”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적절한 총장 후보 추천을 통해 학내 구성원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위는 총장선임방식에 대해 2가지 규정안을 제시했다. A안은 기존의 법안과 비슷한 간선제 방식으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6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교수와 직원대표로 구성된 200명~250명 규모의 선거인단에서 3명의 후보를 선정한다. B안은 직선제 방식으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 3인을 선정하면 교수 및 직원이 전자방식 직선투표로 3인의 후보자들 간의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직선제인 B안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교수협의회 회장 이정재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총장직선제가 시행된 20여년 동안 서울대가 이룬 발전이 직선제를 해야 하는 이유”라며 “간선제는 대학민주화 운동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B안의 실행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명환 교수(영어영문학과)는 “B안으로 갈 경우 각 단과대별로 차이가 큰 교수 수의 문제 등 현실적인 부작용도 고려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시된 안을 떠나 총장이 학내 인사 중에서 선임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사회대 학장 양승목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외부인사를 총장으로 모셔와 대학이 잘못되는 일을 많이 봤다”며 “제시된 안처럼 외부자와 내부자를 동시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외부자를 총장으로 선출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부자가 선출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의원회는 이날 수렴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2학기 말까지 총장 선임 방식에 대한 개정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재형 교수는 “일정상 연말이 되면 총장 선임과정이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개정안을 완성해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의 민주성 보장은=법인화 이후 이사회가 신설돼 운영되고 평의원회가 심의기구로 격하되는 등 학내 주요 의사결정 기구의 개편이 이뤄졌다. 법인화법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만큼 이후 학내 의사결정의 민주성 보장은 오랜 기간 논쟁거리였다.

우선 학내 의사결정 기구로 신설된 이사회의 독주를 막을 방안이 없다는 점이 우려를 사고 있다. 법인화 이전에는 평의원회가 최종 심의·의결기구 역할을 담당했지만 법인화 이후 이사회가 최종 의결권을 갖게 됐다. 평의원회가 이사회에 사실상의 의결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사회가 언제든지 독단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왕규창 교수는 “이사회와 다른 대학운영주체가 대학 관련 문제들을 분담하는 분담형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총장의 감시 기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종 의결기구로서 총장의 독주를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왔지만 현재는 학외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된 외부자형 이사회이기 때문에 총장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가 어려운 구조다. 김재형 교수는 “이런 이사회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이사회를 대학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된 학내 인사 중심으로 개편해 감시 기능을 제고하는 방식과 현재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평의원회를 학내 구성원의 대표기관으로 만들어 견제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의원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상과 심의 내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재형 교수는 “평의원회가 이사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의기구로의 명시 문제, 심의·의결기구로의 전환에 대한 고민, 심의사항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평의원회의 구성원을 개편해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평의원회는 교원 47명, 직원 3명 총 50명으로 구성돼있다. 학생은 학부생 대표와 대학원생 대표가 참관할 수 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공동의장 이용익씨(경영학과)는 “평의원회가 대부분 교수로 이뤄져있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수렴되기는 어렵다”며 “학생들도 학내 구성원이기 때문에 전체 구성을 아우를 수 있도록 교원, 직원, 학생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교수는 “이번 정관 개정을 통해 최소 참여직원의 수를 1,2명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풀지못한 숙제들=법인화 이후 국유재산 양도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다. 현재 사범대 부설학교는 서울대에 무상양도됐으나 학술림, 관악수목원, 문화재와 소장자료 등은 아직 양도받지 못했다. 기획부총장은 “본부 역시 국유재산들이 서울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술림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과 학장이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화 이후 직원 인사규정과 관련한 서울대노조와 대학노조의 갈등도 여전하다. 양대 직원노조는 새로운 인사규정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직원들의 신분 변동에 의한 업무상 어려움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법인화 이후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법인 소속 직원으로 전환됐다. 캠퍼스관리과 이정철 담당관은 “공무원 신분에서 법인 직원으로 전환되니 공공기관 등에 업무를 보러 가면 협력을 해주지 않거나 직급이 공무원에 비해 낮아져 상대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법인 이후 서울대가 세금 부과의 대상이 되면서 불거지는 조세 부담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 지점이다. 기획부총장은 “법인 전환에 따른 조세 부담 증가 방지를 위한 법인세법, 지방세 특례제한법 등 관련 세법 개정을 통해 조세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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