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매주 요약해가는 수업이 있었다. 내용을 십분의 일 가량으로 줄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모두 제외했지만 분량을 맞추기에는 어림없었다. 나는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다 담기에는 신문의 지면이 한정돼있다. 결국 신문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그중에서도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일들을 지면에 담는다.

서울대에서는 매주 대학신문 20페이지에 담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신문은 그 사건들 중 중요하고 중요한 사건들을 선택해, 한 주 동안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읽힐 신문을 만든다. 대학신문은 중요한 사건들을 굉장히 잘 추려내고 있는 듯하다.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거리이고, 교내의 문제이기도 한 법인화 문제와 비정규 교원 문제,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를 다룬 지난호를 보더라도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현상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함의를 짚어주는 역할도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지난호의 ‘사설탐정 합법화 논란’에 관한 기사는 사건의 또 다른 함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사는 ‘국민의 정보 접근권’, ‘불법 심부름센터 근절’과 관련된 찬반의 입장을 담았다. 이와 동시에 이 논란의 또 다른 측면이 경찰과 법무부 사이의 권력다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기사를 통해 독자는 ‘정보접근권’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권력기관 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이 사건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호 일면의 ‘담배 판매 자제 권고’에 대한 기사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사는 계획의 취지와 내용, 찬성 측 학우의 입장, 담배 판매 금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그에 대한 답변 순으로 이뤄져 있다. 본부의 담배 판매 자제 권고는 논쟁이 될 만한 사항이고, 기사는 그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자세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다 폭넓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캠퍼스 내에 금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담배의 구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흡연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담배 판매 금지 조치를 찬반의 입장 중 어느 쪽이 우세한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자율성 침해와 관련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그만큼의 중요성을 가진다.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할 때 사건은 더욱 논쟁적이고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붙이자면, 중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실은 신문지면 중 가장 중요하다는 일면에 ‘서울대 요거트 출시’가 나와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요거트의 맛이 굉장히 대단하길 기대해본다.

 

천윤수

미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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