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영 기자
사회부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후 본격적인 협동조합 시대의 막이 열렸다. 지난 3월 말까지 전국에서 신청된 협동조합만 850건으로 이 가운데 82%인 695건이 신고수리 또는 인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 2월 “앞으로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협동조합은 내실을 갖추기보다는 ‘회사 만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많은 조합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신청한 후 조합의 내부적 역량을 키우지 못해 결국 폐업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두번째로 인가받은 한 협동조합은 설립 100일 만에 사업자를 폐지했을 정도다. 협동조합의 객관적인 수는 많을지 몰라도 이에 걸맞는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할 날은 요원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보자.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4백 개가 넘으며 시의 상위 기업 50개 중 15개가 협동조합일 만큼 도시의 산업과 일상의 삶에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기업이 한 곳도 없지만 볼로냐의 임금은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2배, 실업률은 3.1%, 소득 수준은 유럽연합의 상위 5개 지역에 속한다.

그런데 볼로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들 조합은 단순히 ‘회사 만들기’로 된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의 선정, 또 역사적으로 지역 주민들 간의 긴밀한 연대와 사회적 동조가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의 협동조합들 역시 마찬가지로 ‘조합 설립하기’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동작구의 주민들이 어떤 사업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하면 주민들 간의 관계와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등 내실을 먼저 기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협동조합은 구조만 벤치마킹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어떤 것이 주민들의 필요에 부합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낼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식으로 주민들 간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등 협동조합이 그 공동체 안에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같은 고민을 통해 볼로냐를 넘어 우리에게 맞는 협동조합의 구체적 상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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