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집]

매번 시험과 과제의 늪에서 허덕이고 나면 힐링을 위한 여행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면 여행가이드의 쇼핑 강매 분위기와 현지인은 소외된 식당과 숙박시설 이용 등 패키지 여행의 어두운 잔상으로 마음 한켠이 씁쓸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소비지향적인 여행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것이 공정여행이다. 『대학신문』은 ‘우리가 몰랐던 네팔, 머거르·타루와 함께 하는 네팔’이라는 4박5일간의 공정여행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공정여행’의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공정여행이란?=공정여행은 소비중심적인 관광문화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반성으로 2009년 국제민주연대, 이매진피스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트래블러스맵, 착한여행사 등 공정여행을 사업화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건립됐다. 2013년 현재 여행사는 총 4곳으로, 여행하는 나라 역시 30개국으로 늘었으며 이용자 수도 2배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 여행사가 추구하는 공정여행의 공통적인 원칙은 크게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윤리적 여행’: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및 공정 무역샵 이용하기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착한 여행’: 현지인과 친구하기, 소수민족 홈스테이 숙박 및 문화체험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여행’: 탄소 배출이 많은 이동 수단과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물 자원 낭비하지 않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국내 공정여행사들은 국내외 상품개발은 물론 맞춤여행 제작, 대안학교 교육프로그램 개발, 귀환 이주노동자를 위한 현지 공정여행 교육 및 참여 컨설팅 등 공정한 여행 문화를 위해 활동 중이다.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공정여행’=공정여행들이 추구하는 원칙들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여행 1일차 뿌연 먼지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로 가득한 네팔의 카트만두 시내에서 현지 가이드 벅터를 만난다. 벅터는 2008년 한국에 들어와 부산과 부천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3년 동안 이주노동자 생활을 마치고 2011년 고향인 네팔로 귀환했다. 현재 그는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귀환했을 때 공정여행 창업이나 가이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MAP-Nepal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적은 페이를 받고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네팔의 고유한 문화와 보존을 위해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여행의 모든 일정은 벅터와 함께 진행됐다. 벅터와 같이 지역 물가와 시세에 빠삭한 현지인과 동행하면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음식점을 이용하기도 편리할 뿐더러 물건값을 깎으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도 무리한 가격 인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있으며 바가지를 씌우는 판매 문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네팔의 전통 수공예품이 전시된 공정 무역샵을 방문하여 가이드의 강매로 인해 불편했던 패키지여행의 소비와는 다른 ‘착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공정 여행은 현지인과의 교류와 만남을 주 목적으로 하며 윤리적인 소비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여행 일정이 계획된다.

사진: 박정은 기자 maglc318@snu.kr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착한 여행’=여행 3일차, 카트만두에서 고르카 지역으로 이동해 네팔 소수민족인 머거르족이 모여 사는 베뜨니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홈스테이를 하며 머거르족의 생활양식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한다. 여기선 재래방석인 ‘써꺼띠’에 앉아 네팔 전통음식인 ‘달밧’을 현지인들과 동일하게 손으로 먹는다. 저녁식사 이후 현지인들은 여행객들을 위해 전통 음악 연주하고 모두 함께 그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후 공연이 끝나면 여행경비의 1%를 기부한다는 공정여행의 원칙에 맞게 가이드 벅터는 마을에 2000루피를 마을 기부금으로 전달한다. 2000루피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하면 2만원 정도지만 밀크티 한잔이 20루피, 만두가 100루피인 네팔의 물가를 고려하면 지역의 균형 발전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 벅터는 “현재 네팔 남부의 포카라 지역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어 그 지역 주민과 머거르 소수민족간의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며 “베뜨니마을 홈스테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젊은이들의 유출현상을 완화하고 마을의 문화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도록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박정은 기자 maglc318@snu.kr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여행’=여행 4일차 코스인 치트완 국립공원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숲과 습지를 포함해 그 면적이 932km²가 넘는다. ‘밀림지대의 심장’이라는 뜻인 치트완은 아시아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기에 최상의 국립공원으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카누 트래킹과 도보 트래킹 등의 프로그램 일정이 제시된다. 약 40분간 카누를 타며 다양한 새와 악어들을 구경한 뒤 도보 트래킹이 진행된다.

공정여행은 꼬챙이로 이뤄지는 코끼리 학대 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코끼리 사파리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코끼리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 브리딩 센터 등을 방문하고 코끼리 샤워장을 방문해 그들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곳들에서조차 코끼리를 학대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끼리 샤워장은 관광객들의 물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며 코끼리 학대가 이뤄진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코끼리 생활 터전 속 그 경관을 통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정여행은 동물학대 방지 외에도 물 자원 절약하기, 물병 소지하기, 일회용품 소비하지 않기, 도보 이용하기 등 지속가능한 생태를 위한 활동을 추구한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공정거래, 타문화 존중 등 사람 사이의 공정한 관계뿐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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