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집]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외 여행자 수는 949만명(2009년)에서 1,373만명(2012년)으로, 국내 여행자 수도 3,120만명(2009년)에서 3,501만명(2011년)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행 빈도도 1번 이상 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기준으로 해외여행은 1년에 3회, 국내 여행은 5회로 여행은 이미 한국인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화된 여행에서 ‘공정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에 따르면 2011년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국내외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수는 3천 명정도이다. 다른 공정여행사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수가 이와 유사하다면 전체 여행자들 중 0.03%정도만이 공정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공정여행, 아직 생소하다=공정여행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불과 4~5년 전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낯선 개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정여행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인 탓도 있다. ‘공정여행축제’과 ‘여행학교’ 등을 통해 공정여행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만 참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반 여행자들이 공정여행을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는 책 한두 권과 다큐멘터리 몇편이 전부인 실정인 것이다. 실제로 공정여행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주변의 소개나 추천을 통해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래블러스맵 R&D센터장 박병은씨는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대중화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지속관광 네트워크에서 공정여행에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트래블러스맵의 기획자들도 강사로 초빙돼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프로그램 가격이 비싸다?=비싸게 느껴지는 공정여행 프로그램 가격도 대중의 선택에 장애요소다. 공정여행을 처음 접하는 여행자가 많기 때문에 공정여행을 떠나는 대다수는 공정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 대한 여행이라도 가격을 비교하다보면 일반 여행사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무리 윤리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해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공정여행사인 ‘착한여행’의 발리 여행 프로그램은 최저 120만원에서 시작하지만 일반 여행사에서는 최저가가 40만원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트래블러스맵 해외여행팀 투어 디렉터 심보라씨는 “일반여행사는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가격이 낮지만 현지 옵션투어가 일정에 포함돼 있거나 특정 쇼핑몰을 방문해 물건 구매를 권한다”며 “전체적인 여행 비용을 비교하면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행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질에 있어서는 일반 여행사에 비해 훨씬 좋고 여행에서 비롯된 수익이 현지에 돌아가기 때문에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해 잘 몰라 선택장벽이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다=처음 공정여행을 접하는 여행자에게 혼자서 공정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것은 막연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찾게 된다. 하지만 국내 공정여행사의 수는 제한돼있고 그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더욱 제한적이다. 프로그램 대상 지역이 다양하지 않고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한정된 기간 동안만 운영된다. 여행사에 맞춤여행을 의뢰할 수 있지만 여행이 확정되기 까진 어려움이 많아 성사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심보라씨는 “의뢰인이 원하는 지역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 현지의 여행사나 관계자 사이의 파트너십이 구축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위험부담이 있고 이용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박병은씨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보통 2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인솔자가 동행한다면 단체여행은 부담이 덜하겠지만 소규모 여행은 그렇지 않으니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여행, 활성화되기 위해서는?=이제 한 걸음 내딛은 공정여행의 정착을 위해선 공정여행을 처음 들여온 단체와 여행사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박병은씨는 “소비가 개인 만족이 아닌 사회적 공헌이 될 수 있는 공정여행의 가치를 대중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수치나 통계로 뒷받침해 강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윤리적인 소비라는 이유로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행 자체로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다른 여행이 제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행자의 선호도를 높이고 여행과정에서 지역에 도움을 주고 여행기획자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 공정여행이 지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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