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양현아 교수

최근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한길, 최원식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를 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입법을 추진 중이고 법무부도 관련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학신문』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현아 교수(법학부)를 만나 차별금지법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되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상당히 유감스럽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구이자 입법기구인데 국민 중 일부의 반대로 법안이 무산된 것은 상당히 우려된다. 물론 국회는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도 들어야겠지만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과 가치 역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특정 집단의 의견을 염두에 둬서 법안이나 정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영원히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은 마련할 수 없다. 국회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성소수자에만 맞춰져 있었다. 차별금지법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해달라=차별금지법에서는 스무 가지 차별의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성별, 나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병력, 학력, 국가, 민족, 가족형태, 성적 지향, 사상 등에 대한 차별을 법이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UN이 제시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협약 등의 국제기준을 충족하면서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존엄과 평등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법안이다.

◇차별금지법은 어떤 차별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가=법안에는 다양한 차별구제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방법처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해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에서 가장 획기적인 점은 부가적·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이는 차별을 한 당사자에게 피해금액의 2~5배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 고의적·지속적 차별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다.

또 차별에 대해 입증책임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본래는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의 책임이 있지만 차별금지법에서는 반대편의 당사자가 차별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한다. 이는 적극적으로 차별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그동안 우리 사회는 차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차별이 사회문화, 통념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장애·인종·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시민·기관이 갖고 있는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법의 정신이 시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된다면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또 차별금지법을 통해 사회의 다양성을 고양시킬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조직의 효율성,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사례도 있다. 다양성을 인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종합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많은 법이 시민들의 의무를 규정하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그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법을 통과시키라고 강력히 압력을 넣는 것이 시민들의 주된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본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차별금지법의 성적 지향 조항에 대한 반발에 입법부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매우 우려된다. 입법부가 법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교가 분리된 국가에서 헌법과 인권에 반하는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국가 정책의 방향성이 상실되는 점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인권이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권 향상을 위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평가를 듣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한 일이다. 우선 인권위가 독립기구로서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찾아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박근혜 정부가 노동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를 선진적으로 이끌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본다. 고용정책에서 정의와 정당성이 부여되지 못한다면 복지정책은 하나의 시혜정책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자 문제, 괴롭힘 문제에 대해서도 착실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문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 청산 문제도 박근혜정부와 인권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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