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울대 주변에 부는 사회적 경제의 바람 ➍성대골 마을공동체

최근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 주체들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대학 인근 지역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 경제 수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해 알아봤다.

연재 순서 ①나눔 방앗간 ②카페 모아 ③행복중심 생활협동조합 ❹성대골 마을공동체
 

동작구 사당동의 한 주점, 왁자지껄한 일일찻집에 동작구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동작구의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분주하게 다과를 준비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수다를 떤다. 기자가 만원의 입장티켓을 사서 내밀자 각종 커피와 차, 과일, 허니브레드 등 맛있는 간식이 가득 나온다. 성대골 마을공동체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의 공부방 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다.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는 2004년 3월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각자 바쁜 삶을 살다보니 각박해진 세태 가운데 우리 옆집 이웃과 돕고 살아가던 옛 모습을 다시 되살리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동작구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설립취지처럼 주민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동작구의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이 사업들의 중심이 되는 것이 총 다섯 군데에 이르는 ‘희망동네 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은 조합원인 동작구 주민이 300만원씩 출자한 자본금을 모아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추진한다. 2010년 12월에 열린 마을카페 ‘사이시옷’은 주민들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눌 공간을 제공하고 커피 판매 수익을 올린다. 2011년 3월에 열린 ‘성대골 별난목공소’는 어른과 아이들에게 취미생활 교육을 해주고, 2012년 6월에 개설된 ‘우리동네마을상담센터’는 상처와 우울을 안고 있는 주부들을 치유하는 동시에 심리 상담가 양성 교육을 제공해 수강료로 수익을 얻는다. 2013년 3월에 열린 ‘노나매기’는 지역내 급식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지원센터 등의 급식업무를 담당해주고 수익을 올린다. 이 수익들은 조합 운영에 쓰이는 동시에 △취약계층 중학생을 위한 공부방 센터 설립 △작은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동네 어르신 영정사진촬영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등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재투자된다.

희망동네의 설립자인 유호근 사무국장(38)은 2살에 동작구로 이사온 후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동작구에서 나온 동작구 토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작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고 평소 관심이 있던 협동조합을 동작구에 직접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거대 조합인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모델로 했지만, 나중에는 소규모이며 지역 주민 간의 연대로 밀착돼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소규모 협동조합이 희망동네에 더 맞는다는 것을 깨닫고 볼로냐의 협동조합을 모델로 재설정했다. 따라서 유 사무국장이 말하는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성공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닌 주민들 간의 긴밀한 관계와 신뢰다. 그는 “협동조합에서 중요한 것은 ‘조합’을 무작정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의 기반을 쌓는 것”이라며 “2004년부터 주민들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희망동네의 궁극적 목표는 가까운 곳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동작구를 만드는 것이다. 유 사무국장은 “아직 희망동네 협동조합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며 “이제 희망동네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몬드라곤도, 볼로냐도 아닌 우리만의 협동조합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삭막해진 도시에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따뜻한 마음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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