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그의 진보를 다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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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05.11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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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조봉암 평전』

조봉암평전

이원규 저/한길사/632쪽
일제 강점기부터 이승만 정권 시절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죽산 조봉암이다. 조봉암은 일제 강점기 러시아와 중국을 오가며 독립 운동가로 활동했고 광복 이후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농림부 장관에 재직했다. 특히 농림부 장관 시절 농지개혁을 입안해 대한민국이 이상적인 수준의 토지 균등성을 갖추도록 했다. 평전 『약산 김원봉』과 『김산 평전』의 저자 이원규는 3년간의 고증을 거쳐 조봉암의 인생을 돌아봤다. 저자는 여러 차례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자료 조사를 했고 본래 직업인 소설가의 면모를 살려 조봉암의 인생에 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해 소설과 르포가 섞인 독특한 형식으로 평전을 저술했다.

저자는 “국내 현대사에서 죽산 만큼 억울한 대접을 받은 인물은 없다”고 말한다. 조봉암은 ‘북진통일’이라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장기 집권을 이어가던 이승만에 맞서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이 계기로 조봉암은 이승만의 미움을 사 간첩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최근 2011년 1월 재심에서 53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으며 누명을 벗었다. 저자 이원규는 이를 “부끄럽게 덮어두었던 국가 양심의 회복”이라 표현했다. 억울한 죽음이었지만 죽산은 그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우리가 못한 일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해나갈 것이네. 결국 어느 땐가 평화통일의 날이 올 것이고 국민이 고루 잘 사는 날이 올 것이네. 나는 씨만 뿌리고 가네”라는 말을 남겼다. 많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당대의 반공 분위기에 맞춰 살아갔지만 죽산은 타협하지 않고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후배들을 믿고 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였다.

1950년대는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 시기였고 대한민국은 그 전초기지였다. 6·25 전쟁 이후 반공주의 이념이 널리 퍼진 남한에서 조봉암은 ‘복지와 평등의 이념을 갖춘 민주주의’라는 제3의 길을 제시했다. 그의 세 가지 정치적 이상은 책임정치, 수탈 없는 정의로운 경제, 평화통일이었다. 이 시도들은 당대를 너무 앞선 것이었지만 저자는 “죽산의 정치적 이상이 오늘날 더욱 유효해졌다”고 평가한다. 오늘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경제 민주화는 시대정신이 됐다. 그리고 북한과의 갈등이 심화되며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조봉암 평전』을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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