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폴리 스테판 저/561쪽
인윤희 역/글항아리/
순수과학만이 과학의 전부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과학이 진보하고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이제는 실용적인 과학만이 조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과 경제와의 관계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책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책의 저자 폴라 스테판은 저명한 경제학자다. 경제학자답게 저자는 ‘돈’을 화두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일종의 공공재인 과학지식의 생산을 유도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사이언스」지와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거나 국제적인 상을 받을 때 뒤따르는 금전적 보상에 따라 과학자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 마리에 17~60달러인 실험용 쥐부터 80억달러를 호가하는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 같은 고가의 설비나 기자재까지 필요하니, 연구를 위해 보조금 등의 예산 확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적 지원이 안정적일 경우 연구는 원활하게 진행된다.

이처럼 연구의 질을 돈이 좌우하다시피 하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단적인 예로 현재 미국의 과학자들은 연구에 오롯이 힘을 쏟지 못하고 보조금 신청과 각종 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자금 지원 주체에 따라 연구의 초점 자체를 바꾸기도한다.

가령 주 정부의 지원금을 얻기 위해 주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에만 매달리다보니 과학 전 분야의 고른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원금 대상자 선정에서 과거 실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해 미래의 성과를 당장 계산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연구는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과학이 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은 심각한 지경이다.

저자는 자국인 미국의 현실에 초점을 두었지만 한국 과학계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책에서 보조금을 위한 실적내기식 경쟁의 부작용 사례로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금이 보다 세심하고 꾸준하게 지속될 때 연구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새겨 과학계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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