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천달러 게놈』
여기서 게놈이란 DNA 분자에 기록된 유전 정보를 말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달러 게놈’이란 용어는 2002년 생물학자 크레이그 벤터에 의해 제안됐다. 30억달러를 들여 겨우 한 사람의 유전코드를 읽어냈던 당시 벤터의 예언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였다. 2003년 인간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인류는 천달러로 자신의 유전정보 분석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천달러 게놈’ 시대의 언저리에 와 있다.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게놈이 어느 새 우리 곁에 다가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정보 분석에 천달러를 지불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여러 정보 중에서도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개인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맞춤의학 시대를 여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전한다. 이는 그동안의 의료 서비스가 ‘질병’을 대상으로 해 왔다면 ‘천달러 게놈’ 시대에는 ‘인간’으로 그 대상이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개인의 유전정보 공개가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유전정보가 지닌 양면성을 보여준다. 개인 유전정보가 보편화될수록 유전정보는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평가의 지표로서 또다른 차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히 특정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분석하는 단계이지만 게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인류로 하여금 지금껏 ‘타고나는 것’으로 불렸던 재능, 아름다움 등도 인류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다가올 ‘천달러 게놈’의 시대는 상상 그 이상의 편의와 의학적 진보를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유전 정보의 홍수 속에 매몰돼 자신의 미래를 내맡기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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