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셸리 케이건 교수(미국 예일대 철학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

국내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셸리 케이건 교수(Shelly Kagan, 미국 예일대 철학과)가 서울대를 방문했다. 그는 7일(화) 「서양 고전, 인간을 말하다」의 연사로 나서기 앞서 『대학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철학적 관점에서의‘죽음’

케이건 교수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철학자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만큼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다. 그는 “서울대에서 강연하게 돼 기쁘다”며 자신의 제자이자 강연의 동시통역을 진행한 이석재 교수(철학과)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는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케이건 교수는 ‘도덕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로서 예일대에서 약 30년 동안 ‘죽음’이라는 주제의 교양강의를 맡아왔다. 그의 ‘죽음(Death)’ 강의는 예일대 최고의 교양강의로 손꼽히며 인터넷 강의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그의 강의는 철학적 관점으로 죽음을 조명하는데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왜 나쁜가?’, ‘죽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죽음은 모든 사람이 살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죽음에 대해고민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고 자신의 강의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강의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로 케이건 교수는 한 학생과 대화를 하게 됐는데 그 학생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점점 깊어지는 병으로 생사가 오갈 만큼 위독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케이건 교수의 강의를 접하고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기 때문이다. 케이건 교수는 “내 강의가 실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감동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케이건 교수의 강의는 종교계의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의 “영혼은 없다”, “사후세계는 없다”는 등의 입장이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케이건 교수는 “종교적 관점에서만 죽음을 해석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양한 관점에서 죽음을 보면 이전에 미처 몰랐던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지만 그는 “죽음을 교회의 가르침에만 한정해 해석한다면 다양한 삶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철학적 관점 외에도 사회학적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 등을 바탕으로 죽음을 고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자살은 때로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한편 그는 “자살도 경우에 따라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주장해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죽음이라는 행위 자체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지만 죽음으로 인한 나머지 삶의 박탈이 두려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기 암환자의 경우처럼 남겨진 삶이 고통으로 점철돼 있다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자살은 합리적 이유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소신을 밝혔다. 남은 삶에서 충분한 기회를 접할 수 있는 건강한 젊은이들이 인간관계 문제, 성적 비관의 이유로 자살하는 것은 결코 자살을 합리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케이건 교수는 “긍정적인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환경에 그릇된 면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며 “한국에서 강의를 한다면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얼마전 『Moral Desert』라는 저서를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발간했다고 한다. 개인의 ‘도덕적 공적(moral desert)’에 근거한 분배 정의를 탐구하는 저서로서 그가 약 20년간 몰두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는 “그동안 이 책의 발간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였으므로 여름방학까지는 휴식을 가지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가을학기 이후 19세기 공리주의 철학자 헨리 시지윅(Henry Sidgwick)이 쓴 『윤리학의 방법(Methods of Ethics)』의 주석서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케이건 교수는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미처 고민하지 못하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삶의 새로운의미를 깨닫는 것과 같다. 청중들이 그의 강연을 계기로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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