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삶을 보다
죽음에서 삶을 보다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05.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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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 「서양 고전, 인간을 말하다」 특강 - 셸리 케이건 교수

지난 7일(화) 문화관 대강당에서 일곱 번째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 강연이 진행됐다. 이번 강연은 이전 강연들과는 다르게 본 강연과 특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본 강연에 앞서 열린 특강에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을 직면하고 산다는 것(Living in the Face of Death)」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예일대 동영상 강의(Openyalecourses)를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그의 강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인기를 증명하듯 강연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청중으로 가득했다. 강연 한시간 전부터 강연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강연이 시작할 즈음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서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사진: 김은정 기자 jung92814@snu.kr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논의에서는 ‘영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문제다. 만약 영혼이 있다면 육체가 소멸하더라도 영혼은남기 때문에 인간은 죽음 이전과 이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영혼이 없다면 육체가 소멸하면서 인간의 삶은 끝나기 때문이다.

셸리 케이건은 그 중에서 ‘영혼이 없다’고 주장하는 물리주의자다. 그는 인간의 몸이 경이로운 기계임은 분명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며 “우리가 몸을 가졌다(We have body)”는 표현보다는 “우리가 몸이다(We are body)”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생이 무한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다시 개선해 살아갈 수 있는 사후 세계가 존재하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주장대로 영혼이 없다면 인간은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할 수 없고 삶은유한한 것이 된다. 케이건 교수는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케이건 교수는 현대에 만연해 있는 ‘쾌락주의’를 비판했다. 쾌락을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의 목적이라 생각하는 쾌락주의를 그는 ‘거짓’이라 말한다. 그는 ‘경험기계(experience machine)’를 이용한 사고 실험을 비판의 근거로 들었다. 여기서 경험기계란 사용자에게 현실의 경험과 똑같은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계를 말한다. 만약 쾌락이 많을수록 좋다는 쾌락주의를 받아들인다면 사람들은 경험기계에 앉아 각자가 원하는 경험만을 겪으며 인생을 보낼 것이라는 것이 케이건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생을 경험기계 속에서 보낼 것이냐는 교수의 질문에 손을 든 사람은 강연장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 결과를 통해 케이건 교수는 쾌락만이 삶의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강조했다.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한시간 가량의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 내용에 대한 종교·철학적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중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케이건 교수는 “인간은 신이 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신이 악하다고 가정하면신의 뜻을 따르기보다 그에 대항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에게 종교적 목적은 없지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목표는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건 교수는 “스스로 행복하도록 자신을 돌보고 풍부하고 값진 삶을 만드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연 시간이 1시간 남짓으로 짧았던 데다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영혼의 존재 여부’와 같은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죽음에 대한 논의를 통해 죽음은 물론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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