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모성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이면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의 부족을 느끼곤 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남의 일’이라 그런지, 일과 시간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놓는 대책들은 뭔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대학원생에게 국한된 문제는 ‘대학원 중심 대학’이라는 지향이 무색하리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모성보호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학원생의 모성보호’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들릴 테지만, 우리 대학원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결코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여성 대학원생은 웬만한 중소기업의 노동자 수보다 많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결혼해 아이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신ㆍ수유 및 육아에 대해 학교 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진 배려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대학원 중심 대학’ 되려면

대학원생들의 삶의 문제부터 관심을 가져야


대중 매체를 통해 ‘모유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내 주변의 아이를 둔 대학원생들 가운데는 모유를 먹이는 사람이 없다. 연구실 가까운 곳에 아기를 데려다 놓고 시간 맞춰 모유를 먹인다는 것은 현재 여건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녁에만 모유를 먹이려 해도 낮에 젖이 불었을 때 짜서 보관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이 전혀 없다. 온 국민이 모유 먹이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우리 학교 대학원생들은 ‘며칠 동안 유축기를 들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결국 모유 먹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하다못해 한 건물에 냉장고 한 대씩이라도 놓아 준다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은 정녕 지나친 욕심일까?

수유와 육아 문제는 곧바로 탁아 문제와 연결된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관련을 맺고 있는 탁아 시설은 가족생활동 근처의 한 곳 뿐이다. 전교의 학생과 교직원이 한 곳에 아이를 맡기려다 보니, 1년 남짓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고 한다. 게다가 운영 시간이 교직원 생활 주기에 맞춰져 있어서 여섯 시까지만 아이를 맡기게 되어 있는 것도 대학원생들에게는 부담스럽다. 드물게 개인적으로 베이비시터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물론 이에 대한 학교의 보조금 정책 같은 것도 없다.

자연히 아이를 둔 학생들은 “양육이냐, 공부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게 된다. 물론 모성보호 체계가 완비되어 있다면 전혀 성립할 수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양자택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압력을 많이 받는 여성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몇 년 쉬었다 하지”라는 선택을 하게 되곤 한다. 이를 악물고 두 가지를 병행한다고 해도, 육아 부담이 없는 연구자에 비해 연구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진정한 ‘대학원 중심 대학’이란 무엇일까? 대학원에 연구비가 집중되고, 대학원에서 실적을 많이 올리면 ‘대학원 중심’이 되는 것일까? 인건비만 충분히 지급되면 대학원생들은 아무 문제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구성원들이 대학원생의 삶의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는 한, 대학원생들은 연구 ‘사업’의 객체로 머물 수밖에 없다.

누구나 갓난아기로 보살핌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갓난아기를 보살피는 경험을 한다. 우리 대학원생들에게도 그 귀중한 경험을 조금 더 행복하게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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