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賣買)의 공간 장터, 문화를 품다
매매(賣買)의 공간 장터, 문화를 품다
  • 김유문 기자
  • 승인 2013.05.12 0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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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장 낫대들었다//갓 한 닢 쓰고 건시 한 접 사고 홍공단단기 한 감 끊고 술 한 병 받아들고’, 시인 백석은 「통영-남행시초2」에서 통영장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냈다. 이외에도 그는 장터를 방문하고 많은 시들을 남겼다. 그에게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시를 구성할 만한 삶이 녹아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과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반면 현대인들이 이용하는 ‘마트’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된 장소다. 마트에서의 인간관계는 기능적인 것이고 그 안에는 삶이 녹아들 여지가 없다.

서울시는 옛 장터의 모습을 되살리려는 취지에서 지난 3월부터 ‘문화장터’를 기획했다. 문화장터는 물건 판매뿐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분야의 각종 문화행사들이 어우러지는 장터를 뜻한다. 문화장터에선 시민들이 직접 물건을 들고 나와 벼룩시장을 벌이기도 하고 주기적인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등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 대표적인 문화장터로는 뚝섬나눔장터와 광화문희망나눔장터가 있다.

광화문희망나눔장터(광화문 장터)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시민들의 호응도 좋다. 광화문 장터는 매주 일요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 5일(일) 실제로 가본 광화문 장터는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 단위의 시민들로 북적댔다. 이날 장터에는 경찰대학 교향악단의 공연이 열렸다. 악기 연주와 함께 구성진 춤사위를 벌여 시민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길게 뻗은 광장은 재활용 장터, 풍물 장터, 농부의 시장, 외국인 다문화 장터, 사회적 기업 장터 등 테마별로 다양하게 구획돼 있었다. 또 각 구획마다 특색있는 문화행사들이 마련돼 있었다. 재활용 장터에서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수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었고 풍물 장터에서는 전통탈을 써보고 옛 사진들을 감상하는 등의 문화체험을 하기도 했다. 또 외국인 다문화 장터에서는 외국인들이 벼룩시장을 벌이기도 하고 낯선 악기를 들고 길거리 연주회를 열기도 하면서 문화 교류를 도모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 장터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을 통해 사람들이 그 안에서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문화 장터의 사람들은 단순히 구매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공예 체험가가 되기도 하고 공연 관람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각자 경험한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으며 그들은 문화공동체를 형성해간다. 이날 장터를 찾은 박재홍씨는 문화 장터에 대해 “사람 사는 느낌이 나고 정이 느껴진다”며 “서울에 거주했다면 매주 찾아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상인들에게도 문화 장터는 더이상 이윤과 경쟁으로 점철된 곳이 아니라 인간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상인 김선여씨는 “다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여기서 도시 농부와 농촌 농부들이 만나 교류할 수 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아직 시행초기인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 행사들이 문화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게 더해져만 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공연을 관람하던 이택주씨는 “곁가지들은 다 이벤트성 같다”며 “장사꾼 논리 안에 있다”고 비판했다. 일회용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만남을 이끌어내고 그 만남을 바탕으로 문화와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 장터의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그러면 또 훗날 어느 시인이 그곳을 거닐며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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