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 봄 대동제 「지겹지 아니한가, 청춘노릇」

진정한 ‘청춘다움’이란 무엇일까? 한 쪽에선 청춘들에게 “그땐 원래 그렇게 힘든 거야”라며 위로하고, 다른 쪽에선 “죽도록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며 더 달리라고 재촉한다. 정말 20대는 원래 아파야 하는 시기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싶다면, 이번 축제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14일(화)부터 16일까지 3일간 열리는 봄 대동제는 ‘지겹지 아니한가, 청춘노릇’이라는 제목으로 청춘들의 동의 없이 강요돼온 ‘청춘다움’에 딴지를 걸고 있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뛰어노니 청춘이다=학점 챙기랴, 스펙 준비하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청춘이라면 본부 앞 잔디에서 걸음을 멈춰보자. 14일부터 축제기간 3일 내내 잔디 위에선 동심을 만끽하며 청춘노릇에서 탈출시켜줄 ‘청춘운동회’가 펼쳐진다. 첫번째 종목은 ‘인생뛰기’. 멀리뛰기 기준선에 서면 그 옆에 몇 미터를 뛰는지에 따라 0세부터 60세까지 눈금이 매겨져 있다. 눈금은 ‘10대에도 공부해라’, ‘20대엔 공부에 미쳐라’, ‘30대엔 다시 공부에 미쳐라’ 등 한결같이 ‘공부해라’는 내용이다. 이는 실제 자기계발서의 책 제목을 그대로 들고 온 것이다. 공부만 하라는 말이 지긋지긋한 당신, 일단 눈을 질끈 감고 멀리 뛰어보자. 상품을 얻기 위해선 가장 먼 눈금까지 뛰어야 하니, 가장 오래 공부할 각오는 단단히 할 것. 또 학점 때문에 답답해진 당신의 가슴을 뻥하고 뚫어줄 경기도 있다. A, B, C, D, E, F 알파벳이 붙은 제기를 거침없이 걷어차는 ‘학점차기’가 바로 그것. 보드판에 기록된 순위에 따라 상품도 기다리고 있으니 왕년에 운동회에서 한가락 해본 이라면 주저 없이 도전해보시길. 마지막 종목 ‘돌아가도 괜찮아’에선 통통말을 모는 카우보이로 변신할 수도 있다. 통통 튀는 말에 올라 달리다보면 잔디밭에 자빠지기도, 궤도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하겠지만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참여만 하는 것으로도 소정의 상품이 선사되니 말이다.

그동안 열심히 청춘의 역할을 수행해온 당신, 하루쯤은 유치원생 같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잔디 정중앙의 볼풀장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 알록달록한 공들의 바다에서 뒹구는 것 자체만으로 들뜬 당신. 그 발밑엔 무엇이 숨어 있을까? 볼풀장을 샅샅이 뒤지면 귀여운 고릴라리온이 그려진 볼풀공이 나타나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뒤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찾아낸 주인공에게는 끝내주는 상품이 기다리고 있다고.

어설픈 노래 실력에 노래방을 기피해왔다고 해도 축제 기간만큼은 탬버린 대신 마이크를 쥐어보자. ‘가창력은 점수순이 아니잖아요’ 코너로 달려가면 잔디에 설치된 미니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할 수 있다. 노래방 이용비는 100% 무료. 이 순간 당신이 잔디밭의 ‘스타’다.

운동회에서 뛰고, 볼풀장도 누비고, 노래도 한 곡조 뽑았다면 아무리 팔팔한 청춘이라도 지칠 법하다. 이럴 땐 달큰한 막걸리로 기운을 재충전해보는 건 어떨까? ‘마시니까 청춘이다!’ 코너에서는 네 가지 종류의 막걸리를 오직 미각으로만 구분하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된다. 미각이 지나치게 뛰어난 나머지 딱 네 잔밖에 마시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진 말자. 정답자에겐 흔들리는 청춘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병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즐겨야지 청춘이다=이번 축제에는 지겨운 청춘노릇을 ‘흥겨운’ 청춘노릇으로 바꿔줄 짜릿한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14일 본부 앞 잔디에서는 오후 5시부터 한시간 동안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열린다. 어른이 되기 위해 딱 ‘천번’만 흔들려보자. 만보기를 몸에 달고 노래의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들면 마음 속 걱정거리는 자동으로 해결! 수많은 흔들림 끝에 만보기의 숫자가 ‘1000’을 가리키는 순간, ‘한 학기 장학금’이라는 어마어마한 상품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가벼운 주머니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청춘이라면 ‘10만원 행사’에 주목하자. 캠퍼스 내 고릴라리온을 찾아 인증샷을 찍어 축제하는사람들(축하사)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 서울대에 대한 퀴즈 풀기 등 여러 미션을 완수한 우승자에게는 그 자리에서 현금 10만원이 지급된다. 캠퍼스의 봄향기도 만끽하고 알뜰살뜰 가계에 보탬도 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게다가 15일 밤 10시 30분부터 쏟아지는 달빛 아래 밤새 이어지는 텐트 캠핑은 축제 때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이다. 캠핑을 사전신청을 한 학우들에게는 ‘축하사’에서 컵라면을 제공하는 센스. 하지만 사전신청 기간을 놓쳤다고 낙심해서 집에 가는 버스에 오르진 말자. 여태까지 높은 호응을 받았던 축제 캠핑은 올해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으니. 기존에 캠핑만 지원하던 형식에서 학내의 실력 출중한 어쿠스틱 밴드들의 공연을 더한 것이다. 본부 앞 잔디에서 Be A Butterfly, 알로하 우쿨렐레 등 10개 팀의 음악으로 감성을 한껏 충전시킨 이후엔 야외 영화상영까지 즐길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감미로운 음악을 즐기며 봄밤 잔디 위에서 막걸리 마시는 조합은 예술 그 이상의 경험이 되지 않을까.

◇소리 질러야 청춘이다=이번 축제 공연프로그램의 서막은 서울대 락 페스티벌 ‘따이빙굴비’가 연다. 축제의 첫째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본부 앞 잔디에서는 ‘열한시 반’, ‘강감찬밴드’ 등 7개 밴드가 재즈에서 헤비메탈까지 다양한 장르로 찾아올 예정이다. 게스트로 ‘9와숫자들’도 무대에 오르니 일단 참석하여 관악의 밤을 뜨겁게 불태워보자.

같은 날 시계가 밤 10시를 가리키면 잔디밭은 자유와 열정이 넘쳐흐르는 클럽으로 변신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6명의 학내 DJ들의 열띤 디제잉이 관악의 밤을 깨운다. 새벽 1시 35분까지 이어질 디제잉에 정신없이 몸을 맡기다 보면 시험기간 내내 묵혀둔 스트레스가 날아가지 않을까.

둘째날 오후 6시에는 관악에서 ‘손가락 좀 놀린다’는 게임 고수들의 불티나는 대결이 펼쳐진다. 특히 이번 축제에선 ‘관악게임리그’가 작년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아크로가 아닌 본부 메인무대로 자리를 옮겨 벌어진다. ‘관악게임리그’에선 불멸의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대학생들 사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리그 본선이 메인 무대에 오른다. 동문 출신 전용준 캐스터와 김태형 해설자가 함께 하는 가운데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전에만 32팀 160명의 학우들이 출전한다. ‘신의 수’의 영예를 차지할 영웅은 누가 될지 설레는 마음과 함께 그 탄생을 지켜보길.

아쉬운 마지막날, 봄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폐막제는 언제나처럼 흥분의 열기로 가득할 듯하다. 저녁 6시, 본부 앞 잔디에선 MBN 아나운서 김기혁의 진행과 함께 학내 각양각색의 동아리들이 기량을 펼친다. 아카펠라, 힙합, 밸리댄스, 전통무예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공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별 게스트로 힙합 그룹 ‘슈프림팀’도 등장한다고 하니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미친 듯이 흔들어” 보자.

축하사 회장 정운영씨(인류학과·09)는 “청춘이라는 화사한 단어로 포장되는 20대의 고단함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축제가 학우들이 청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록이 ‘푸르게’ 무르익어가는 이 ‘봄’에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기엔 우리의 ‘청(靑)춘(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평소 지겹게 아프고 흔들렸던 당신이라도 축제기간 3일만큼은 청춘의 짐을 내려놓아보자. 복잡한 생각은 던져두고 축제에 몸을 맡기다보면 ‘청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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