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 SNU Nobel Lecture

지난 13(월)~14일 자연대 생명과학부가 주관한 「2013 Nobel Lecture」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티모시 헌트 박사(Timothy Hunt)와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시드니 브레너 박사(Sydney Brenner)가 초청됐다. 그 뿐만 아니라 폴 스턴버그 교수(Paul Sternberg,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생물학), 제라드 에번 교수(Gerard Evan,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화학) 등 유명 석학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첫째 날 ‘Cell Cycle & Cancer Genetics’라는 주제의 강연과 둘째 날 ‘노벨상 수상자들과 서울대 학생들과의 만남’이라는 좌담회로 구성됐다.

▲ 휠체어에 앉은 채 강연을 하고 있는 시드니 브레너 박사.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 이튿날 상산수리과학관(129동)에서 열린 티모시 헌트 박사와의 대담.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티모시 헌트 박사는 세포 분열 주기의 핵심 조절자인 ‘사이클린(cyclin)’을 발견해 세포 주기의 조절 과정과 암 발생의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강연에서 그는 ‘어떻게 노벨상을 타는가(How to win a Nobel Prize)’라는 주제로 발표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강연을 시작하며 그는 “노벨상을 받는 것은 쉽다”며 “아내는 내가 받았으면 누구나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밝혀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강연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노벨상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이클린’ 연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화학과 생물학에 대한 나의 열정을 이끌어준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기에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생화학을 연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장을 찾은 과학도들에게 “열린 시각으로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발견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발표의 연사로 나선 시드니 브레너 박사는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한 연구 방식의 기초를 닦은 공로로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예쁜꼬마선충을 연구 모델로 삼아 세포의 분열과 분화, 기관 발달과의 연결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후 예쁜꼬마선충은 유전학 연구에서 유용하게 이용되는 연구 모델이 됐다. 또 그는 예쁜꼬마선충 DNA의 발현 과정에서 ‘mRNA(messenger RNA)’를 발견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내 ‘분자생물학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한다.

시드니 브레너 박사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강단에서도 휠체어에 앉은 채 강연을 진행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과학의 비전에 대해 강연했다. 이번 강연을 통해 그는 “게놈을 읽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생물 연구의 초석이 마련됐다”며 “아직 생물학에는 윌리엄병, 다운 증후군, 알츠하이머 등과 같은 질병 연구를 비롯해 무궁무진한 연구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iPS세포의 발견을 통해) 질병이 발생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해당 질병의 세포주를 직접 배양해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진행될 인간의 생물학적 연구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이어 과학의 발전에 대해 “과학은 지금껏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과학에서는 항상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난다”며 “지속적인 혁명이 일어나야 과학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행사인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은 상산수리과학관(129동) 강당에서 이뤄졌다. 대담의 사회자는 방재진씨(생명과학부·09)와 김현종씨(화학부·09)가 맡았다. 대담은 사회자가 ‘과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고 중간 중간 청중들에게도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티모시 헌트는 “수상자들 서로가 너무나도 다르다”며 “운이 좋다”는 것을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연구자로서 필요한 요소들이 여럿 있지만 ‘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내심”이라 답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젊은 과학도들에게 인내심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이어 “실수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알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구 과정에서 겪는 여러 시행착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를 일로 생각하지 말고 재밌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청중들도 질문도 쏟아졌다. “노벨상의 권위 때문에 다른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를 비판하기 어렵다는데 이것이 사실인가?”라는 황재동씨(컴퓨터공학부·13)의 질문에 티모시 헌트 박사는 “동의하는 사실”이라 답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는 연구자들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과학에서는 솔직하고 정직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덧붙여 비판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의 오류를 비판하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담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진솔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첫째 날 강연이 다소 전문적이고 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학부생이나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는데 쉽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강연은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동영상으로 촬영됐고 이는 이후 중앙도서관 서비스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현숙 교수(생명과학부)는 “살아있는 전설인 두 노벨상 수상자와 앞으로 세상을 움직일 석학들과의 만남이었다”며 “그 영향은 (학생들의) 미래에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또 강연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인생, 과학 문화 정착, 또 과학자의 길을 간다는 것과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는 스포츠 스타를 키우듯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문화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 강연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점으로 꼽았다. 이번 행사에서 느낀 것을 통해 과학도들이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과학적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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