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단신] 제6회 맑스코뮤날레

지난 10일(금)부터 이틀간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라는 구호 아래 ‘제6회 맑스코뮤날레’가 열렸다. ‘맑스코뮤날레’는 2003년부터 각 분야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와 활동가 단체들이 공동으로 2년마다 개최하는 학술문화 행사다. 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107명의 발표자가 참석했으며 다양한 매체에서도 주목할 만큼 대규모의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3개 전체회의와 33개 분과회의로 구성됐는데 분과회의에선 행사에 참가한 진보단체들이 주관한 발표가, 전체회의에선 단체를 망라하는 큰 주제의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 제공: 맑스코뮤날레

먼저 10일(금) 첫째 날에는 먼저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세계자본주의와 계급구조 변화: 국제 사례’라는 주제 아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노동자 계급과 노동운동,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에서의 농민 계급 분해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의 계급 개념을 세계자본주의라는 현재적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는 핵에너지의 사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탈핵’의 움직임을 강조했다. 이정필 상임연구원은 탈핵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으며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한국의 탈핵 동맹을 위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전쟁과 기후변화 등의 생태위기에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진보평론」의 편집자들과 송종운 교수(성공회대 국제경제학)가 경제위기와 화폐의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분석했으며 자본주의의 새로운 위기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겪은 금융 위기로부터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한계점을 짚으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포럼 사회복지와 노동’에서는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위원과 포럼 「사회복지와 노동」강동진 편집자가 복지와 노동의 역사적 관계와 새로운 복지담론을 조망했다. 이 날 전체회의에서는 계급, 환경, 페미니즘 담론 간의 연대를 상징하는 ‘적-녹-보라’적 주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심광현 교수(한국예술대 영상학과)는 “생태적 주체와 여성적 주체와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 그 주체들이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입각한 활동을 할 때 새로운 전망이 열릴 것”이라 지적했다.

마지막날인 12일(일)에 열린 ‘노동해방실천연대’ 분과회의에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환경문제를 연결시켜 고찰하고자 했다. 또한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이현재 연구원과 박이은실 연구원은 후기자본주의 아래서 구성된 ‘이상적 로맨스’의 실체를 분석했으며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를 대중화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배성인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는 “이제 지역주민들의 공동학습과 상호신뢰, 자발적 협력이 요구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새로운 대안적 권력형태를 획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행사는 ‘계급 투쟁’이라는 맑스주의의 전통적 문제설정을 고수하는 한편 마르크스주의의 틀 안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문제들까지 포괄하는 자리였다. 즉 ‘녹색’으로 표상되는 환경 문제와 ‘보라색’으로 표상되는 여성 문제까지를 맑스주의의 방법론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맑스코뮤날레 상임대표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이번 행사가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자리였다”며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넘어 환경과 페미니즘 담론을 향한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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