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즈음 학위 논문 심사를 받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여섯 살 딸아이가 “엄마 이가 아파 죽겠어” 하고 엉엉 울고 있었다. 부리나케 치과에 가보니 이가 7개나 썩어있었다. 육아, 공부, 연구, 일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다보면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 어디선가 사고가 터지는 것을 하루하루 땜질하며 사는 것이 육아 겸임연구자의 불안한 일상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학교 안의 좋은 보육시설 덕분에 육아의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학업과 연구에 열중할 수 있었다. 서울대 어린이집에는 현재 약 420여명의 아동이 재원중이다. 재원 아동들은 대학원생, 교직원 자녀로 구성돼 있고 현재 대기자 수만 해도 3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만 해도 태어나자마자 등록했지만 3년 정도를 기다려 겨우 입학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입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이 출산일을 연초로 맞춰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서울대 부속 어린이집의 엄청난 인기는 단순히 일터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만은 아니다. 나의 경우 입소 전 다녔던 사설보육기관에서 느꼈던 많은 불안감이 서울대 어린이집으로 온 이후 상당부분 사라졌다. 흔히 이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선행학습과 경쟁의 광풍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서울대 어린이집에서는 창의성과 사고력을 중시로 한 수업을 진행한다. 주제탐구학습이 대표적이다. 요즘 우리 아이의 반에서는 고래에 대해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는 고래의 진화과정, 고래와 어류의 차이점 등 과학적 지식에서부터 사회적 지식까지 총체적이고 융합적인 방식으로 배움과 앎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아이는 고래와 공존하는 삶을 위해 쓰레기를 덜 버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좋은 환경과 시설, 교사들의 헌신성 등 여러 요소가 폭발적인 인기의 요인일 것이다. 서울대 부속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행복하고 활기차다. 이렇게 선진적 교육방식의 어린이집을 서울대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단 현재의 구성원들에 대한 일차적 혜택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유아 보육·교육 일반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어린이집의 안전과 환경에 대해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이집 인근에 대형 건축물의 공사계획이 수립되면서 어린이집 및 통학로 주변의 안전과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다. 다행히도 현재는 서울대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후 서울대 부속 어린이집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 앞으로도 더많은 육아 겸임연구자들이 어린이집을 믿고 연구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주윤정

사회학과·박사과정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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