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시민들이 체르노빌 현장을 찾아 나섰다. 이홍기 감독의 「후쿠시마의 미래」는 평범한 일본인들이 사고발생 26년 후에도 방사능의 공포가 지배하는 체르노빌을 방문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지난 9일(목)부터 16일까지 CGV 용산점에서 열린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이처럼 다양한 환경적인 이슈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상영했다. 또 환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대회인 국제환경영화경선과 국내영화경선을 개최해 환경영화의 지속적인 제작을 독려했다. 올해는「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감독과 맷 데이먼이 다시 호흡을 맞춘 개막작「프라미스드 랜드」를 시작으로 △기후변화와 미래 △그린 파노라마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지구의 아이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등 9개의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된 총 46개국 146편의 환경영화를 선보였다.

영화제에선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를 제기하는 작품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까지 환경영화의 최신 흐름을 만날 수 있다. 또 일부 영화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져 관객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환경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14일엔 본선에 오른 16개국 21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시상식이 진행됐다. 장편 부문에서는 대상으로 「톤레삽강은 멈추지 않는다」가, 단편 부문에선 「사라진 마을, 알로스」가 선정됐다. 「사라진 마을, 알로스」는 재난으로 폐허가 된 알로스의 역사를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안토니오의 내레이션과 함께 돌아본다. 산업화를 겪으며 무너지는 주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편집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제를 기획하고 상영 작품을 선정한 김영우씨는 “환경을 소재로 한 영화는 지루할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예술적인 완성도나 재미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영화제에선 환경을 테마로 한 체험활동, 공연, 전시도 즐길 수 있다. 김영우씨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체험활동의 비중을 늘렸다”며 “환경영화제를 넘어 환경‘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5일(수) 방문한 행사장엔 이면지로 수첩 만들기, 실내 온도를 낮춰주는 넝쿨식물 기르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환경재단의 회원사업국 이현지 팀장은 “실제 네팔 사람들이 생활하는 밝기로 제작된 암실상자에 들어가는 체험이 하루 100명 이상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 지난 15일(수) CGV용산점에서 열린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재활용품을 이용한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전근우 기자 aspara@snu.kr

영화제는 시민들의 높은 호응으로 매진 세례가 이어질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조직위원인 강명구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영화라는 매체의 대중적인 성격이 환경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환경 이슈들을 한 자리에서 돌아볼 수 있는 서울환경영화제. 티켓 가격도 5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을뿐더러 대학생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도 있으니 올해 아쉽게 놓쳤다면 내년엔 꼭 참여해보자. 아름다운 영상과 시적인 스토리를 갖춘 환경영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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