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모든 정보 공유해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정부 표방했지만…기관의 인식, 제도, 인프라 미흡해

정보가 공유될 때 사회의 누적자본은 극대화된다. 이에 창조정부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국민들과 공유하는 방안인 ‘정부 3.0’을 국정과제로 내놓았다. 지난 14일(화)에는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3개의 TF팀을 꾸리고 ‘국가기록관리3.0 추진단’을 이달 말 출범시키는 등 정부 3.0을 위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며 ‘정부 3.0’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각 기관들의 소극적인 행동과 정비되지 않은 제도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의 창의성과 국가의 정보가 더해졌다=박근혜 정부의 정부 3.0은 정부가 현재 공공기관들이 개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정보들을 정부가 구축한 인프라에 모두 수합해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을 원천자료까지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시민이 자료를 요구해야 공개하는 중앙집중형인 정부 1.0과 단순 정보공개에 그쳤던 정부 2.0보다 발전된 형태의 정부다.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가 국민들에게 공개되면 기관들의 투명한 운영을 도모하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부차적인 효과로 안전행정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www.data.go.kr)에 모인 교육·방송·관광·정책 등 모든 분야의 정보를 국민이 사용함으로써 수많은 창조서비스 기업과 사회적 벤처들이 만들어져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한 고교생이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울버스’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서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 앱은 공공데이터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지금껏 불법앱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정부 3.0’에서 이런 앱은 합법이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 창업으로 인정돼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버스앱뿐만 아니라 지하철 내비게이션, 날씨, 도로정보 앱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여러 앱들이 공공데이터를 사용한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정보없는 정보공개=정부 3.0이 좋은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3.0의 모체인 미국의 정부 데이터웨어하우스의 경우 보안·의료·재난방지 등 정보가 대량 필요한 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기관들의 정보를 수합함으로써 비용은 낮추면서도 정보의 정합성은 높이는 구조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한국의 정부 3.0 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아직 정부 2.0도 제대로 수행 못하는 공공기관들의 소극적인 움직임과 폐쇄적인 정보공개법 등이 스마트 정부 3.0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가 우선돼야 함에도 정부기관들의 소극적인 정보공개가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5일 한 시민단체는 인천시가 송영길 인천시장의 주요 시정에 대해 일년 단위로 벌인 시민 여론조사의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세금이 투입돼 국민들이 참여한 여론조사인 만큼 당연히 공개돼야 할 여론조사를 시청 측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2 행정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의 조사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된 ‘이동통신요금 원가공개 소송’과 국토해양부에 제기된 ‘4대강 예산공개 소송’ 등 정보를 얻고자하는 국민과 공개하지 않으려는 정부부처 간 싸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각 기관들의 정보공개를 장려하고 총괄해야 하는 안전행정부마저 올해 단 두 차례의 서면 심의회만 열었으며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3건 모두 기각했다. 서면 심의회이기 때문에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위원들의 의견 자료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소극적 정보공개는 폐쇄적인 정보공개법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중앙정부와 청와대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1996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은 정보의 공개 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각 기관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실정이다. 정보공개법을 어겼을 때 기관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허점도 존재한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9조(비공개대상정보)에 의하면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6항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이 세부규정이 없거나 부족해 공무자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법 판단이 가능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조항의 세부규정들이 존재하지 않아 기관 측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정부 3.0에 우선해 정보공개법이 가장 근본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데이터 집중이 이뤄지지 않아 정부 3.0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통견이다. 이에 안전행정부에서는 정부 3.0에 발맞춰 제한된 국민의 정보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정보 수집에서 생기는 위의 문제점들을 제하고도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는 인프라의 사용자 접근성이 부족해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이 낮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데이터 포털의 정보들을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다보니 정작 정보가 필요한 사용자는 정보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고원선 부장은 “지금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공공데이터 포털이 미국의 것과 비교해 수요자가 정보를 찾아 쓰기에 어려운 구조”라 지적했다. 정부 3.0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공공데이터 포탈에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다면 그곳에 집약돼 있는 정보는 무의미하다. 한편 미국의 경우 사용자가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또 페이스북, 블리스트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정부의 업무와 정보를 시민들에게 상세하고 친근감 있게 전달해 주고 있다.

◇정부3.0의 순기능 잘 발현돼야=전문가들은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 3.0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문준 책임은 “비슷한 분야를 담당하는 두 기관의 정보를 모아 더 정확하고 이용 가능한 정보를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공개되지 않고 서버 한구석에 방치됐던 공공기관의 정보들이 공유되고 응용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개인 창의성으로 창출되는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IT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이 타국보다 뛰어난 인프라를 구축해 시행하는 정부 3.0이 미국과 호주의 2.0 정부의 사례들을 뛰어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 모든 수순의 시발점은 정보의 공개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어떤 좋은 인프라도 소용없으며 창조경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다. 정부 3.0의 순기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정보공개제도의 개선과 그에 따른 공공기관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단순히 대용량 데이터 그 자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에 더 초점을 둔 용어다.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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