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5·18 민주화 운동 제33주년 서울 기념식

지난 18일(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서울시의 주최로 ‘5·18 민주화 운동 제33주년 서울 기념식’이 열렸다. 이는 1980~90년대 동안 5·18 민주화 운동의 의의에 대한 범국민적 동의가 이뤄지고 1997년 정부가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개최해 온 기념식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회 등 시민단체 및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진: 주현희 기자 juhieni@snu.kr

애국가와 함께 국민의례가 진행된 후 박석무 행사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5·18 희생자들에 대해 대표로 헌화하고 분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념사에서 “5·18의 영령들과 그날 이후 고통을 견뎌온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며 “폭력으로 억압됐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5·18의 의미를 오늘날 사회의 갈등 해결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의의를 밝혔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추모사를 통해 민주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 사회가 여전히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5·18 희생자들을 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치를 국가가 부정하고 정부의 핵 정책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일본 반핵운동가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5·18의 영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스러져 갔지만 우리가 이 영령들의 뜻을 지켜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5·18 민주화 운동 기념 학생 공모전의 수상작인 한 초등학생의 산문 「29만원 할아버지」가 동요로 만들어져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29만원 할아버지」는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되잖아요.”라는 말로 광주 참사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전두환 대통령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작년 5월에 입상한 후 큰 반향을 일으킨 글이다. 이후 순서에서는 광주 5·18 운동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내용의 시인 김남주의 「망월동에 와서」가 낭송됐다.

마지막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당일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합창 연주로 대체된 것과 달리 참가자 모두가 함께 일어서 주먹을 쥐고 부르는 제창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기념식은 참가자 모두가 만세삼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시청 앞 광장에서는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주먹밥 나눠먹기 행사가 열렸고, 행사 중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가 그려진 손수건이 배포됐다. 이밖에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지 말라고요?’ ‘국가반란 수괴 전두환 씨의 추징금 시효, 어떻게 할까요’ 등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국민대자보(가로 3.6m, 세로 10m)가 설치된 것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본 악보가 공개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다슬 학생(광영여고·3)은 “오늘 만난 나이드신 민주화운동 유가족분이 어린 학생들이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5·18의 정신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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