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0대 노인이 오토바이에 피범벅이 된 개를 매달고 다니는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최근 동물을 학대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에 다수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동물을 학대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신문』은 문제시되는 동물보호법의 내용을 검토하고 우리 사회의 동물 보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구멍 뚫린 동물보호법=일반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전면 개정돼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동물보호법이 있다. 기존의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 적정한 사육·관리, 동물의 운송, 동물의 도살 등에서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됐고 이에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된 내용으로는 △동물학대자에 대한 징역형 부과 △동물 관련 영업의 신고등록 범위 확대 △피학대 및 유기동물에 대한 구조, 보호 등의 조치 강화 등이 있지만 아직도 동물보호법 위반만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현행법의 모호한 법률 조항 때문이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동물 학대에 대한 고의성의 여부다. 현행법상 공개된 장소에서 고의적으로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했다고 인정될 때만 동물 학대 혐의가 적용돼 동물을 학대하는 많은 경우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4월 에쿠스 차량의 트렁크 위에 개를 끈으로 묶고 달리는 사진과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일명 악마 에쿠스 사건의 당사자는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이기순 정책기획국장은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경우에는 고의가 아니어도 피해자가 다치면 죄가 성립된다”며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도 고의성과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상 처벌 조항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된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동물보호법의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으로 이는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1월 폭등하는 소 사료 값에 항의하기 위해 농장주가 소에게 사료를 제공하지 않아 30여 마리의 소가 다른 소들이 보는 앞에서 굶어 죽은 순창 소 아사사건의 경우 학대로 규정할 만큼 잔인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스위스 동물보호법은 우리와는 반대로 동물 학대 금지 목록이 ‘악의적으로 동물을 가둬 놓고 사격해 죽이는 것’, ‘동물끼리 서로 죽이도록 시키는 것’, ‘동물이 고통, 불쾌감, 상해를 겪게 될 것이 명백한데도 전시, 홍보, 영화촬영 및 비슷한 목적으로 동물을 사용하는 것’, ‘도로에서 차에 끌려다니게 하는 행위’ 등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삽화: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보호할 수 있게=일각에서는 이처럼 허점이 많은 동물보호법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동물을 생명이 아닌 사유물로 보는 현행법의 전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타인의 반려동물을 죽인 경우 살해가 아닌 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만 적용받는데 이것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순 국장은 “동물을 죽여도 재물 손괴로만 다뤄지는 현행법에서 동물은 생명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며 “동물보호법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도 현행법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1988년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과 달리 별도의 법률로 보호한다고 규정한 오스트리아의 경우나 1990년 가정에서 사육하고 있는 동물을 원칙적으로 압류할 수 없도록 한 독일의 경우와 대비된다.

이러한 현행법의 전제는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확산된 것에 반한다는 평가다. 2012년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국사회경제연구원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1%가 동물학대에 반대하거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다. 또 응답자 중 93.8%는 동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응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5%로 2006년 7.6%에 비해 4.1% 줄었다. 이기순 국장은 “동물은 존중받아야 하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며 “현행법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발맞춰 차근차근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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