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준 박사과정
(협동과정 비교문학)

지난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가슴으로 낳은 사랑’이라는 입양을 적극 장려해서 시설에서 자라거나, 전 세계로 이산되는 입양을 중단하자는 취지를 담은 날이다. 올해 입양의 날은 최근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한바탕 소란스럽다. 몇몇 언론은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개정법의 부작용을 연거푸 보도하고 나섰다. 이 법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내몰린 미혼모들이 아이들을 길거리에 내다린다며, 그 예로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이 폭증하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입양기관에서는 입양 상담이 괄목상대하게 줄었다며 우려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죽어가는 유기영아의 생명부터 일단 살리고 보자며, 법을 금명간 재개정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2011년 8월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최종적인 입양 승인을 법원에서 한다는 점과 더불어, 미혼모가 심사숙고해서 입양을 결정하도록 1주일간 숙려기간을 준다는 점이 골자이다. 이에 따라,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 미혼모들은 일단 아기의 출생기록을 정식으로 해야 한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입양절차가 완료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된 모자기록이 삭제되기에, 입양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서 아기를 유기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생명의 보루처럼 보도되는 베이비박스는 영아유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못할뿐더러 되레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을 받는다. 베이비박스는 출산 전후 국가의 도움을 받을 부모의 권리를 앗아갈뿐더러, 훗날 자신의 출생배경을 알고 싶은 입양인들의 권리를 정면으로 위배할 수 있기에 문제적이다.

무엇보다도 왜 ‘저출산국가’ 한국에서 이처럼 유기되는 아동들이나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들이 우려할 만큼 많은지 따져보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빈곤한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기르도록 지원해주기보다, 손쉽게 국내외입양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방식이 오래도록 답습되었다. 오늘날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 중 절대 다수가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이다. 미혼모들은 자신들을 겨냥한 편견보다 절대빈곤과 실업의 압박을 더욱 두려워한다. 현재 시설에서 성장하는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일인당 백만 원을 호가한다. 직접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은 시설에 지원되는 금액의 절반만 수령할 수 있어도, 입양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입양의 미덕을 강조하기보다, 가급적 친부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입양으로 인해 파생되는 숱한 문제를 예방하는 방안일 수 있다.

둘째, 미혼모들이 아이와 동거하며 일주일간 입양 여부를 고민하는 숙려 기간이 부여된 것도 유의미하다. 그동안 미혼모들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출산과 동시에 아이와 영원히 생이별을 해야 하는 참혹한 상황을 겪었다. 출산 전 입양을 확고부동하게 결정했더라도, 아이와 함께 보내면 선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초국가적입양 이후 선진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잘 자라서 어엿하게 성공한다는 입양신화 속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귀환입양인들은 초국가적입양이 얼마나 심각한 상흔을 개인에게 남기는지 보여준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입양이 이루어지고, 미혼모들이 평생 후회할 만한 과오를 범하지 않게끔 돕는 것은, 입양을 둘러싼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부정확한 사실을 들며 개정 입양법을 원점으로 후퇴시키지 말고,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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