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서울대 교육, 미래를 그리다 ④

 서울대는 ‘2013년 대학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2013년도 중점 추진 방향의 미션으로 창의적 글로벌 리더 육성을 꼽았다.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세부 과제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인문, 사회, 자연, 예술 등 융·복합 연구 지원으로 교육·연구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이다. 2013년도 실행과제를 보니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과제는 ‘융합 선도형 연구체제 정립’인 듯 하다. 지난 60여년 간 사회의 각 분야에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 온 서울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울대는 세계적인 대학원 중심,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연구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 대학원의 2013년 이후 미래를 그려본다.

 크게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로 나뉘는 사고방식 중 ‘인문, 사회, 자연, 예술 등 융·복합 연구’는 기본적으로 확산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확산적 사고는 문제에 대해 가능한 여러 답을 다양하게 산출하도록 돼있고 융·복합 연구는 분화돼 있는 답을 발견하는 범위를 다른 분야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니 확산적 사고가 주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는 다른 독창적이고 가치 있는 사고특성이니 이러한 확산적 사고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성의 기본역량 중의 기본역량이다. 기존의 답이 아닌 새로운 또는 기발한 답들을 도출해내는 창의성, 이 창의성의 함양을 위해 서울대에 제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학내에서 학문대회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전공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던 기존의 학문대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전공들이 모여서 하는 학문대회를 말하는 것이다. 다만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단과대의 전공들이 모여서 각자의 언어로 학문대회를 열면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을 테니, 일반인의 언어로 간략하게 15분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가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무엇이던 상관 없다. 쉽고 간략하게 설명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우선적으로 듣는 이는 확산적 사고를 하기 위한 재료들을 확보하게 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그 재료들로 여러 가지 공상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렴적 사고에 기반을 둔 연구에 매진했다면 처음부터 그런 공상이 자유롭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잘 안되면 다시 한 번 발표를 들어보고 다시 머리 속에서 융합과 통합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마치 융합과 통합의 브레인스토밍을 하듯이 말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학문 간의 역동을 만들어 내는 단초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몇 개의 단초를 발견하면 한 학기 정도는 그 단초를 계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해 보는 것이다. 지원자에 한해서 또 교육예산의 어느 정도는 이러한 역동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에 투자해 보는 것이다. 그러한 역동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통합의 시도가 기초 학문의 탄탄한 울타리 안에서 이뤄진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학문적으로 창의적인 것이다. 물론 사고의 폭 확장을 위한 멀티미디어적 시도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화자와 청자의 물리적 거리가 장애물이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서울대라는 것이고, 우리 중에는 이런 학문의 융합을 실현시킬만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임시협의회 회장

윤영준(경영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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