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글로벌 서울대 진단 ④ ‘글로벌’을 고민하다

건물 이름부터 정책까지 ‘글로벌’이 넘치는 서울대. 국제화는 필연적으로 대학의 당면과제가 됐고 서울대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2006년을 이래로 다양한 방향에서 국제화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서울대는 국제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양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와 관련해 앞으로의 과제 역시 산적해있다. 『대학신문』이 진행한 연재에서는 단순히 수를 늘리기에 급급했던 결과로 나타난 외국인 학생·교수를 위한 인프라의 부족 문제, 영어강의 체계 부재 문제 등을 살펴봤다. 서울대의 국제화 정책은 이제 어디를 향해야할까. 『대학신문』은 연재의 마지막으로 서울대의 ‘글로벌’을 고민해봤다.

대학평가에 맞춰진 국제화 정책

경쟁의 무대가 점차 세계로 넓어지는 현실 속에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서울대는 국제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국제화의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 하나가 국제화 정책과 대학평가 사이의 상관관계다. 현재 많은 수의 대학 평가가 국제화 지수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국제화 정책이 대학평가 순위 올리기용으로 쓰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영미권의 언론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일간지도 실시하고 있는 대학평가의 다수는 평가 기준 중 하나로 ‘국제화’를 두고 있다. QS 대학평가의 경우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 항목을 각각 5% 정도씩 반영하고 있으며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에도 국제화 지수를 별도로 순위에 반영한다. 서울대의 경우 국제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평가의 국제화 지수가 올라가 대학평가에서의 순위 역시 올라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울대가 단순히 ‘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진입’이라는 순위에 매달려 국제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광근 교수(컴퓨터공학부)는 “대학평가의 경우 주로 영국계 언론이 내놓는데 지식 산업에서 영국대학이 최고 선두임을 드러내고 퍼뜨리려는 전략”이라며 “평가들은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졌으며 국제화 지수도 이런 것들 중 하나”라고 대학평가의 취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경우 같은 의도로 중국식 기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서울대는 그들의 의도를 모른 채 섣불리 영어강의를 늘리는 등의 제도나 규정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정책, 내실도 함께 다져야

현재와 같은 양적인 증가는 본부 주도의 정책 추진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실’을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종섭 교수(생명과학부)는 “서울대의 국제화 정책이 현재까지는 가시적인 것에만 집중됐는데 앞으로는 대외적인 업적 위주의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국제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근 교수도 연구의 국제화 문제에 대해 “연구의 국제화는 교수 개개인의 연구 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학교가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국제화를 진흥하기보다 가장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국인 학생들의 국제적 역량을 키울 필요성도 있다. 현재의 경우 학문의 기초 과정에서 외국어 교육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전공분야에서의 외국어 사용 능력 강화 등 국제 역량을 위한 별도의 교과과정은 없다. 이에 대해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국제화의 취약점 중 한 가지는 학생들의 국제화 능력”이라며 “학생들 사이에 국제화 능력의 편차가 큰데 학교에서 이러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실화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종호 국제협력본부장은 “지금까지 정책이 양적 팽창을 위한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질적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학위 교환이나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들과의 연석회의 구성 등을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다.

국제화의 다변화 필요, 나아가 한국적인 것의 국제화도

지금까지 추진된 국제화가 영미권 명문대 따라가기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국제화 본래의 취지인 다양성 추구와 한국대학만의 국제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07학번 인문대 학생은 “지금의 국제화는 세계화가 아니라 영어권 선진국가를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며 “국가의 다양성이 학문이나 제도에서 제고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중국유학생연합회 회장 양해승씨(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는 “글로벌 정책을 실시할 때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를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수들도 공감했다. 이만기 교수(서어서문학과)는 “세계화 시대에는 영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제2외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습득해야 국제적 학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제화의 다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국제화의 다변화뿐 아니라 한국 대학 나름의 국제화를 추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해승씨는 “학과 적성에 따라 한국어를 통해 수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입학조건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의 수준을 중급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만기 교수 역시 “더 나아가 한국에 온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우리말 강좌를 가르치는 것도 국제화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대학의 국제화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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