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009년 조류 인플루엔자와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결합된 신종플루의 전파 속도를 예측한 기관은? 답: 구글. 구글 엔지니어들은 신종플루가 신문에 등장하기도 전에 겨울철 미국에서 확산될 독감이 정확히 어디서 유행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 공공보건과는 관련없는 컴퓨터 공학자들이 어떻게 공공보건 기관도 하지 못한 전염병의 전개 양상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의 저자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와 케니스 쿠키어는 이 답을 ‘빅데이터 처리 기술’에서 찾는다.

이들에 따르면 이 시대는 ‘데이터화의 시대’다. 엔진의 떨림에서부터 사람들이 자동차 좌석에 앉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의 연산처리능력은 수집된 자료 간의 상호관련성을 도출해낸다. 즉 결과 예측을 위해 어떤 원인을 찾을 필요 없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된다. 이를테면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특정 검색어의 빈도수와 여러 지역에서 독감 확산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구글 엔지니어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실제 독감 환자 기록과 관련된 예측력 있는 검색어를 찾기 위해 4억 5,000만개의 수학적 모델을 검토했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인류의 전통적 사고방식인 ‘인과성의 논리’가 ‘상호 관련성’의 논리로 대체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사고와 윤리학적 고민이 계산학적 예측에 의해 대체되면서 인간 대신 기계가 판단의 주체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빅데이터 예측이 행동이 아닌 성향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만약 악용될 경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여지던 빅 브라더 식 정보사회가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비스 이용자들의 ‘동의’ 대신 이 정보를 이용하는 데이터 전문가들의 ‘법제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데이터 이용의 제한을 가하는 주체가 누구든지 간에 누군가가 모든 정보를 장악할 가능성은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보의 장악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대체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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