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엽 기자(사회부)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못 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뉴스를 타고 20대 백수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영화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이러한 청년 실업자들 중 시쳇 말로 갈 데까지 간 이들이 바로 니트족이다. 그들은 계속된 구직 실패에 좌절해 구직을 단념하거나 생계유지도 되지 않는 일자리를 제 발로 나온 이들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보고 “집에서 놀려고 대학 갔나”라는 등의 질타를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에게 더 많은 노력만을 강요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눈을 낮추라는 무책임한 말만 할 뿐이다. 즉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둔 채 청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의 선택이 이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삼성, LG, 현대 등 소위 재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만큼의 고용 창출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이 국내 경제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6%지만, 종사자 수 비중은 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7일(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대 기업의 이익은 2012년 한국 전체 이익의 50.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은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정도로 매우 열악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한국 청년들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눈높이를 문제 삼지만 이마저도 우리 사회가 조장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를 웃돌며 이는 OECD 평균 대학 진학률인 56%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대학진학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졸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시간을 보상받고자 높은 눈높이를 갖게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장 활동력이 왕성한 20대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청년들의 구직 단념 문제는 국가 차원의 문제이고 원인 또한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찾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청년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제는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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