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월)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2013년 세계 청년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 사이의 한국 청년층 니트(NEET)족이 1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니트족인 것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니트족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원인을 조명하고 이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모색해봤다. 

◇니트족은 누구인가=니트족은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준말로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구직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와 일자리를 구했지만 임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낮아 자발적으로 일을 포기하는 경우로 나눠진다. 

니트족은 기존의 청년실업자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청년실업자는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니트족은 구직의사조차 상실한 상태이다. 따라서 니트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공식적인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니트족 만연한 한국=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들의 비율은 2011년 12.3%, 2012년 12.4%, 2013년 12.6%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청년 니트족의 비율 19.2%로 OECD 평균인 15.8%보다 3.4% 높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치다. 

2009년 발생한 세계금융위기가 니트족의 주요 증가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위기로 인해 노동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실업률이 높아졌다”며 “청년들이 일자리를 오랫동안 구하지 못하다가 좌절해 니트족으로 전락해 버린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니트족 증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기업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게 돼 니트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금 선임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지다보니 중소기업의 임금이나 고용안정성과 같은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해졌다”며 “현재 구인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에는 눈길을 주지도 않는데다가 입사하더라도 생계유지가 어려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나 친지에게 의존적인 한국 청년들의 태도도 지적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집에서 독립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직업을 얻기 전까지 집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알바천국이 파인드잡과 공동으로 30세 이하 청년 구직자 736명을 대상으로 ‘대졸 구직자 경제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직자가 전체의 7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 김용성 연구원은 “한국 청년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해도 집안에 의지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며 “이로 인해 청년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조건이 나쁜 직장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도 니트족 비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를 웃돌며 이는 OECD국가 평균 대학진학률인 56%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금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대학진학률은 높은 반면 대졸자에게 맞는 수준의 일자리는 적은 상황”이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열악한 직장은 들어가지 않다가 결국 좌절해 니트족이 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니트족 발생원인으로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하지 못해 한 직장을 가지면 평생 그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간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이런 의식은 청년들이 첫 직장을 갖는 것을 조심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니트족이 일하기 위해=니트족 증가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독립이라는 개인적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 김민수 팀원은 “20대는 경제적으로 활동력이 왕성한 세대로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좌지우지한다”며 “청년 니트족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런 20대가 경제활동을 못한다는 것이므로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증가가 청년범죄 증가, 세수 감소를 야기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니트족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가 우선 공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10대 대기업이 한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 50%에 육박하지만 이들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김 팀원은 “한국은 대기업에 경제가 집약돼 있는 데 비해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 수는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관련 제도나 부담금 등을 통해 대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완화돼 생계유지조차 되지 않는 일자리의 질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된다. 청년유니온 정책팀 양호경 팀장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생계유지조차 안되는 직업으로 전락했다"며 "일본과 같이 대기업, 중소기업 간 격차가 줄어들어 구인난에 처한 중소기업으로 청년들이 시선을 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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