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페인에서 지도자 연수 중인 조세민씨

스페인에는 ‘1명의 지도자가 30명의 선수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선수를 기르기 위해서는 우수한 지도자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라 코루냐에서 지도자 연수 중인 조세민씨를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자라고 싱가포르에서 선수로 뛰다 2010년 스페인에 건너왔다.

스페인의 지도자 과정은 무엇이 다를까. “다른 나라에 비해 이수 기간이 훨씬 깁니다. 9개월 이론 과정과 3개월의 실습 과정을 마쳐야 하죠.” 스페인축구협회 지도자 자격(레벨1)은 유일하게 유럽축구연맹 자격(B급)과 동등하게 인정받는다. 연수 과정이 그만큼 철저하기 때문이다. “해부학, 사회학, 심리학 등 여러 과목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나 했는데 이유가 있더라고요. 해부학은 선수의 부상에 대처하는 데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스페인에는 그렇게 교육받은 지도자가 만 명을 넘는다.

 

그는 전술이론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운 과목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번역하기 어려울 만큼 새로운 개념도 많았습니다.” 그는 일례로 ‘데스마르께(desmarques)’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데스마르께는 선수가 상황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의 가짓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선택지를 전달합니다. 선수는 이를 염두에 두면서도 그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임을 택함으로써 창의적인 축구를 익히게 되죠.”

중학교 때부터 지도자를 꿈꾼 조 씨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스페인에 눈을 돌렸다. “육군 훈련소에서 주말에 유로2008 하이라이트를 보다 스페인 축구에 매료됐습니다. 즐기는 듯한 느낌의 축구는 처음이었어요.” 아무 정보도 없었고 언어도 익혀야 했지만 ‘한국에 머무르면 내가 배웠던 축구밖에 가르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조 씨는 스페인에서 “‘나도 이렇게 교육받으며 선수 생활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는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는 인터넷에 연수 생활에 대한 글도 활발히 쓰고 있다. 최근에는 그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풋볼리스트, 비바라리가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에게 연수 과정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곳에서 배운 내용과 자료를 최대한 공유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스페인 축구를 이해하면서 한국 축구가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연수를 마친 뒤 바르셀로나 대학에 진학해 스페인 축구를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조세민씨. 그가 스페인에서 한국 축구에 몰고 올 신선한 바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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