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생활도서관 자치를 말하다

지난 23일(목) 홍대 근처 한 소극장에서 서강대, 한국외대, 고려대 등 7개 대학 생활도서관의 모임인 생활도서관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생도(생활도서관) 살롱: 자치를 말하다'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는 각 대학 생활도서관 운영위원들과 민달팽이유니온, 노리단, 자유인문캠프 등의 자치단체들이 참석해 생활도서관이 자치단체로서 나아가야 할 방안과 자치의 가치에 대해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생활도서관은 인문사회 전반에 관련된 책을 소장한 학생자치 도서관으로서 1990년 고려대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엔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했던 도서들을 학문적으로 읽고 토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됐다. 지금은 책을 잘 접하지 않는 대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학문을 지역과 사회에 보급하자는 취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생활도서관이 대학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그 정체성이 불명확해짐에 따라 대학 내에서의 위치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서강대 생활도서관 단비의 경우 특별자치기구(특기구)로서 인정돼 오다가 지난 4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제주도 강정마을과 연대하는 등 정치색이 강하고 학생들을 위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기구 인준이 취소돼 총학생회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려대와 인하대를 제외한 나머지 생활도서관 역시 예산과 공간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와 같은 생활도서관의 위기 속에서 생활도서관이 자치단체로서 가져야 할 정체성을 논의했다. 생활도서관이 학내 자치단체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호하다고 여겨졌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서강대 생활도서관은 여성주의, 이화여대 생활도서관은 예술 등의 구체적인 상을 추구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생활도서관에서 이런 주제에 대한 공개세미나, 홍보부스 설치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열어 외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자치, 자립이라는 개념이 자칫 잘못하면 외부와 단절하려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동의하고 생활도서관이라는 공동체가 학생은 물론 지역사회와 교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내부적인 자치와 공동체의 운영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지금까지의 공개세미나와는 달리 논의의 대상에 타인을 더해 ‘자치와 공동체 그리고 타자’라는 주제로 그 문제의식의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유인문캠프 곽동건 기획단원은 “생활도서관이 학내에 위치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며 “학내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문제의식을 이끌어가야 학내 자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활도서관의 학내 역할에 대해서 조언했다. 

▲ 사진: 전근우 기자 aspara@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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