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서울대 교육, 미래를 그리다 ⑤

 김완진 교수(경제학부)
서울대는 1948년 개교 이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특히 최근 수년 간 연구업적의 측면에서 일부 학문분야는 세계적인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었다. 또한 세계적으로 서울대의 평판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교육, 특히 학부교육을 돌아보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지식 기반사회에 진입하면서 학부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도 1998년 서울대 장기발전구상과 그 이후 2007년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통해서 학부교육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한 바가 있다. 그 핵심내용은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전공의 벽을 낮추어 폭넓은 학제적 교육을 가능케 하기 위해 학사조직을 개편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학부교육을 전담하는 학부 대학 혹은 그 전단계로서 학사교육원을 설립하여 모집단위를 광역화하고 학과 간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그 골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개혁의지는 이제 모두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동안 2002년에 기초교육원이 설립되고 2009년에는 자유전공학부가 설치되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주도로 추진되어온 학부제와 모집단위의 광역화가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최근에는 이미 모집단위는 거의 학과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추세고 학부 내에서도 전공을 다시 세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교 행정은 이 문제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이 그저 현실에 떠 밀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유전공학부는 학부교육의 모범적인 사례로 교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원이 축소되는 등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초교육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양교육개편도 학내의 반대에 부딪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양교육개편은 학교 전체의 가장 큰 관심과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초교육원만의 문제인 것처럼 외면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월 미래교육기획위원회는 학부교육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학부교육의 목표는 창의적이고 헌신적이며 공감과 소통능력이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학사지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며 무엇보다 학생중심의 학사운영을 한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학부교육을 담당하는 기초교육원, 자유전공학부, 그리고 각 단과대학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초교육원은 기초교양교육만을 담당하고 전공교육은 각 단과대학에서 시행하는 현재의 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 전공과 교양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학사지도가 어려울뿐 아니라 학부교육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의 경험과 제기된 문제점을 토대로 학부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큰 틀에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과거 장기발전계획에서 제시된 청사진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재정립하고 필요한 개혁이 있다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를 모아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법인서울대의 출범을 계기로 학부교육의 근본적인 방향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하는 의미를 갖는다.
  
김완진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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