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호문혁 교수에게 정년 소감을 묻자 그는 『대학신문』 주간을 역임한 교수답게 너무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냐며 기자를 타박했다. 당황하는 기자를 앞에 두고 그는 “군자의 3락 중 세 번째인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을 서울대에서 경험했으니 매우 기쁘다”며 여유롭게 퇴임 소감을 밝혔다.

호 교수는 학생들과 유독 가깝게 지낸 교수였다. 학생들과 관련해 기억나는 일을 묻자 그는 “법대 졸업여행이 86년에서 91년 사이에 잠시 부활했는데 학생들이 5년 연속으로 나를 제주도에 초대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민사소송법 교과서도 학생들이 최대한 쉽게 써달라고 부탁해 가장 낮은 자세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히는 호 교수의 얼굴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묻어났다.

교수협의회 전 회장이었던 호 교수는 현재의 법인 서울대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호 교수는 “법인 전환 당시 기대했던 자율적 운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대학의 법인화는 실현했지만 아직 구성원의 업무방식은 공무원 업무방식이다”라고 학내 구성원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외에도 호 교수는 교수와 학생이 주인이 될 수 없는 법인 서울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장기적 계획을 통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 교수는 학생들에게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대 학생들은 남에게 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틀리면서 배워야 사회에 나가서 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 남아있는 법대 학부생들에게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동기들과 흐름을 만들어 나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해 그는 “여러 법학전문대학원의 강의를 도와주고 책도 계속해서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백수가 과로사할지도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