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철들자 환갑이다’라는 속담으로 퇴임 소감을 대신하는 김혁 교수. 잠시 한숨짓던 그는 “그래도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 덕분에 여기 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교수의 ‘위상수학’강의는 인기강좌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 중 촬영한 강의 파일이 활발히 유통되며 의도치않게 ‘온라인 인기 교수’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처음엔 부담스러웠 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놔두기로 했다”며 “한번은 강의 파일을 통해서 공부한 유학생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반인들에겐 이름조차 낯선 ‘위상수학’은 어떤 학문일까. 김 교 수는 마침 책상에 놓여있던 휴지와 컵을 집어들며 “이를테면 여기 휴지와 도넛은 토폴로지(위상수학)에서 같은 형태의 도형으로 생각한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휴지와 달리 열린 구멍이 없는 이 컵은 오히려 둥근 공과 같은 도형으로 본다”며그는“이처럼 위상수학은 위상구조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도형을 연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역해석학연구센터’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을 “기하학뿐만 아니라 대수학과 해석학 등을 연계한 통 합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곳”으로 소개했다. 통합적인 연구는 김 교수 개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미시간대학에 다닐 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교수들과 자유롭게 학문을 논하는 것이 신기 했다”며 “우리 학교도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진정한 융합을 위해 힘쓰면 좋겠다”고 밝혔다.

은퇴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거인의 어깨’를 언급했다. 이것은 뉴턴이 한 말로서 자신이 훌륭한 연구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거인, 곧 위대한 업적을 낸 학자들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거인이 돼왔던 사람들에게 감사를표함과동시에이제나자신이후학을위한거인이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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