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목) 정부는 △국정과제 지원 △조세 형평성 제고 △세입 기반 확충 등을 위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세율을 높이는 직접적 증세보다는 세금 감면을 줄이고 과세 기반을 넓히는 간접적 방향의 증세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첫 조세 정책인 만큼 개정안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 사진: 까나 기자 ganna@snu.kr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최로 지난달 27일 경실련회관에서 세법개정안의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세법개정안에 대한 총평 △개정안에 대한 세부 의견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방향 등이 논의됐다.

인하대 강병구 교수(경제학부)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통해 중‧고소득층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 종교인 과세 등 과세 기반을 확충해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며 증세 방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법인세, 금융·재산세 등 종합적 세제개편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근로소득세라는 특정 부분에 집중했고 법인세 수준은 여전히 낮아 조세의 형평성보다는 과세의 효율성 측면을 중시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이며 이번 개정안에 대한 총평을 제시했다.

‘증세없는 복지’를 약속한 정부가 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결국 간접적 증세를 한 것에 대해서 패널들은 대부분 긍정으로 평가했다.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세무학과)는 “실질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가 이뤄지지 않던 영역에 대해 예외없는 과세를 실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밝혔다. 강 교수 역시 “2012년 조세부담률(20.2%)을 2017년 21% 내외로 늘린다는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맞는 개정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부적인 정책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 개선할 점도 지적됐다. 강남대 안창남 교수(세무학과)는 “종교인 과세 원칙 자체를 이끌어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실효세율이 4% 수준에 그쳐 과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에 대해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 기준금액은 10억원으로 미국의 1만달러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치이며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미국에 비해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제개편을 통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처벌 수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부자감세’정책으로 인해 조세 형평성이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조세재정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의 경우 비과세 감면제도가 특정 기업들에 집중돼 있어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에서 차이가 많다”며 세제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된 조세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재원 확보와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법인세 또한 증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내부거래의 범위가 확대된 것에 대해 강 교수는 “사실상 재벌들에 대해 과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조세 형평성 원칙상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한 증세 금액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9.3%인 반면 OECD 평균은 21.8%에 달한다”며 “30년 내에 OECD 평균 복지수준에 도달하려면 매년 5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1조 7000억원의 소득세를 증세한 것은 결코 그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패널들은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보여준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정치권에서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비판여론이 확산된 것에 대해 안 교수는 “세금폭탄이라 운운한 것은 세금에 대한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복지국가에서는 세금이 복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도 “의료·보육 등 다방면의 복지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16만원 세금인상 폭을 가지고 세금폭탄이라 비난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며 안 교수와 맥을 같이했다.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곧바로 수정안을 내놓은 정부에 대해서 안 교수는 “중산층의 조세 저항에 놀라 하루만에 재개정한 것은 졸속한 개정”이라며 “성급하게 정책을 바꾸다보니 수정안은 원안에 비해 정책 방향성과 국민적 거리감 모두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한편 홍 소장은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과거 정부의 세금정책과 비교하는 여러 데이터를 들고 국민을 설득하려 시도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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