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fringe)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변방(fringe)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3.09.01 0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독립예술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이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프린지(fringe)’는 변두리, 비주류라는 뜻이다. ‘프린지페스티벌’의 시초는 1947년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여덟 명의 배우들이 축제 주변부 공터에서 공연한 것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선 1998년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을 모토로 열린 ‘독립예술제'를 전신으로 1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크게 106개 팀이 참가하는 자유프로그램과 기획프로그램으로 나누어 8월 29일(목)부터 9월 14일(토)까지 홍대 앞 창작 공간과 거리,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그 무대를 펼친다.
 
▲ 사진: 까나 기자 ganna@snu.kr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작의 장르에 제한을 두거나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전통연희, 영상 등 크게 6개 장르 외에도 낭독극, 살롱극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발표된다. 특히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박민선 작가의 「잉어적 존재」는 잉어 분장을 하고 사회의 잉여적 존재들을 빗대는 퍼포먼스이다. 극단 ‘丙소사이어티’의 김혁 씨는 “기성 연극 단체와 다르게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성격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경력이나 자격을 따지지도 않는다. 잔뼈가 굵은 극단에서부터 고등학교 댄스 동아리까지 참가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페스티벌 사무국 김혜연 홍보팀장은 “프린지페스티벌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에게 공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하나의 원작을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들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주네의 「하녀들」은 ‘마담’의 신분을 동경하는 두 하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번 축제에선 세 개의 극단이 각각 독특하게 재해석했다. 극단 ‘해까닥’의 「하녀들」은 콘서트와 드라마를 결합한 ‘콘서라마’ 형식으로 주제를 가볍게 풀어냈고, 극단 ‘낯익은 복숭아’의 「Role Playing 하녀들」은 마담의 옷과 물건 등 여러 가지 상징물을 활용해 하녀들의 욕망을 나타내고자 했다. 극단 ‘몽키스트립’의 「몽키스트립의 하녀들」은 한 명의 하녀가 관객이 100원을 지불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형태의 거리극을 펼친다.
 
◇참여의 벽을 허물어라=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 관객, 자원활동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다. 주로 해외의 프린지페스티벌은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이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한국은 예술가들의 자발적 모임인 ‘서울프린지네트워크’가 행사를 주도한다. 그러나 사무국은 작품의 내용이나 공연 형식에 대해 예술가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사무국은 소극장 대관, 축제 홍보 및 티켓 발행 등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또 예술가들 간의 협동 작업을 주선하거나 공연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무국이 작품을 그려낼 도화지를 준비한다면 그림을 채우는 것은 예술가와 관객, 자원활동가의 몫이다. 68명의 자원활동가는 일반적인 영화제나 문화 행사의 자원봉사자들이 본부에서 지시한 업무만 이행하는 것과 달리 축제 홍보, 소극장 운영 방식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참여한다.
 
한편 ‘축제공동체’를 지향하는 취지에 걸맞게 시민들이 공연에 참여할 영역을 넓힌 것이 두드러진다. 극단 ‘인형엄마’의 「가방 속 인형이야기」는 시민들이 창작한 인형극이다. 참가자들은 6번의 워크숍 동안 인형 제작 방식과 스토리를 함께 고민한다. 시민들은 직접 만든 각양각색의 인형들로 테이블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신지승 감독의 「누구나 참여하는 길거리영화제작&움직이는 트럭극장」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그는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축제 공간의 평범한 시민들을 즉흥적으로 섭외하여 스텝, 배우, 감독 등으로 작업에 참여시킨다.
 
◇공간의 확장을 실현하라=소극장 관객석에 앉아 무대 위의 배우를 올려다보는 것만으론 프린지페스티벌을 완벽히 즐겼다고 말할 수 없다. 축제 기간 동안 홍대 걷고 싶은 거리는 관객과 예술가가 보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야외 공연들로 흥겹게 물들 예정이다. 탭댄스, 플라멩코, 요요쇼, 풍물패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들이 풍성하다.
 
작년까진 홍대 일대에서만 축제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무대가 확장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혜연 홍보팀장은 “홍대 거리가 상업화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예술가들의 터전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극장을 벗어나 일상에서 관객에게 다가갈 공간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철지난 바캉스, 밤샘 프린지'가 31일(토)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펼쳐졌다. 축구 경기와 대형 문화행사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넓은 야외공간을 활용한다는 목적이다. 한여름 밤 23팀의 거리공연과 시낭독회가 펼쳐졌고 예술가들의 독특한 수공예품이 판매됐다.
 
이 밖에도 관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공연 ‘배달 서비스’까지 계획돼 있다. ‘달려라 프린지’는 장애인 복지시설, 도서관, 카페 등에서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독립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즐기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하는 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개강을 맞이하며 방학의 자유로움을 그리워하는 ‘그대’라면 이번 축제에서 여름 막바지 ‘문화바캉스’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