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난 지난 8월 23일(금)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국정원정치공작대선개입시국회의(시국회의)가 주최하는 9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날 집회에는 시민 3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천명)이 참여해 ‘특검으로 진상규명’, ‘박근혜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연사로 나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석을 앞둔 9월 14일을 범국민행동의 날로 선포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날 집회는 평소 토요일에 열리던 것과 달리 국정조사가 끝나는 금요일에 열렸지만 각계각층의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이한구 씨(직장인·32)는 “파행을 거듭한 국정조사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어 퇴근 후 청계광장으로 오게 됐다”며 “불만이 있을 때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집회 참석의 계기를 밝혔다.

오후 7시에 시작한 이날 촛불집회는 7시 30분이 지나자 퇴근한 직장인, 가족 단위로 찾아온 시민들이 모이며 촛불의 규모를 계속해서 키웠다. 돗자리에 함께 앉고 바람에 꺼진 촛불을 나눠 켜는 모습에서 시민들의 하나 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두 아이와 집회에 참석한 추미정 씨(주부·39)는 “과거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생긴 후 달라졌다”며 “우리 아이들이 정정당당한 사회에서 클 수 있도록 작은 촛불이라도 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집회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이 날 집회에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공영방송의 편파적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송경주 씨(취업준비생·32)는 “시민들이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한 공중파 뉴스의 보도 때문”이라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 날 촛불집회 연사들은 국정조사가 끝난 뒤에도 시민의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윤식 씨(직장인·29)는 “국정조사가 소득 없이 끝난 지금 남은 최후의 동력은 시민의 힘뿐”이라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앞으로도 촛불을 들어달라”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자 청계광장은 시민들의 촛불로 가득 차 발 디딜 곳조차 찾기 힘들었다. 시민들은 촛불 파도타기와 함성소리로 집회의 열기를 더했으며 애창곡 ‘사노라면’이 나오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년의 시민(62)은 “과거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면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촛불집회 참석의 의의를 밝혔다.

오후 8시 40분이 되자 이 날 촛불집회는 평화롭게 해산했다.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온 최등현 군(푸른초·13)은 “긴장됐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히며 “만약 잘못을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빠른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의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아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회곡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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