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위한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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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정 기자
  • 승인 2013.09.0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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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행사소식] 제2회 경찰인권영화제
▲ 사진 제공: 경찰청 인권센터

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밤, 경찰청 인권센터의 야외마당에서 제2회 경찰인권영화제가 진행됐다.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준비한 이 영화제는 국가기관에서 개최하는 유일한 영화제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과거 경찰 공안수사당국이 ‘국가보안’을 명목으로 잔혹한 일을 서슴지 않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서있던 자리에 위치해있다. 많은 사연이 담겨있는 이 장소에서 경찰이 ‘소통’을 외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울산청 청문감사 안정호 씨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라는 유명한 심리학 실험에서 따왔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못 보는 현상’을 뜻한다. 안정호 씨는 “범인 검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피해자를 실험에서의 고릴라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청 광주서 배재환 경사의 「빛과 그림자」, 경기청 수원중부서 김경회 경사의 「Alone」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각 영화는 5~10분 내외의 단편이며 약자들의 인권 보호를 주제로 한다. 총 196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영화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작년 영화제에서는 수준 차이를 우려해 시민, 경찰부문으로 나눠 작품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올해부터 시민, 경찰 구분 없이 접수를 받았다. 최우수상 수상자인 안정호 씨는 “아무래도 배우, 작가 등 영화의 모든 부분을 경찰이 하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다”며 “나의 경우 기법적인 부분에 주목해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등 모두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다.
영화제는 경찰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인권 보호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 이뤄졌던 주입식 경찰 인권교육에 비해 영화제를 계기로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인권에 대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다”며 이어 “내부에서도 영화제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는 시민과 경찰이 인권과 영화를 매개로 소통하는 것을 지향한다. 경찰청은 이번 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고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 시민과 하나 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하며 캐리커쳐 존, 경찰 기마대 승마체험, 어린이 경찰제복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영화제의 부제는 ‘낮은 곳으로 간 민들레’다. 과거 ‘높은 곳’에 있던 경찰이 이제 그 허물을 벗고 ‘민들레’가 되어 꽃을 피우려 한다. 걸음마 단계의 경찰영화제가 경찰과 시민의 인권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큰 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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