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사동의 한 출판사에서 만난 동화작가 허교범 씨(사회학과·04)는 이야기에 대한 대화를 할 때마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눈이 반짝거렸다.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책을 들여다보는 그에게선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진 작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7월 첫 번째 책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로 어린이 독자들의 큰 성원을 받으며 국내 최초로 어린이들이 심사에 참여한 ‘스토리 킹’을 수상한 허교범 씨를 만났다.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등단을 하기까지=어린 시절 자기만의 이야기를 짓고 노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다양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그는 자신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진 채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은 국문과에 간다’는 통념과 달리 허교범 씨는 사회학과를 지망했다. 그는 “국문과에선 한국어의 아름다움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며 “물론 이런 문체적 특성도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얼개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 어문계열로 진학하지 않았다”고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허교범 씨는 10년동안 학부생활을 했다. 그 중 6년은 한 학기에 3학점만 들을 정도로 학점이수는 뒤로 미뤘다.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허교범 씨는 학부생활이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일찍 졸업해 집에 틀어박혀 글을 쓰다보면 지고 나태해질 것 같아 차라리 오랜 학부생활을 통해 긴장감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랜 학부생활이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 ‘작가’라는 목표를 위해 바쳤던 그의 열정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는 처음부터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걸까? 허교범 씨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소설가로 등단한 후 시간이 나면 동화를 한 편 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계속된 실패로 실의에 빠진 그는 비룡소에서 주최한 문학상을 접하게 된다. 원래 복잡하지 않고 모두가 부담없이 읽는 글을 쓰고자 했던 그는 “다른 대회와 달리 어린이가 직접 심사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점검해 보고 싶어 응모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어린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아이들의 선택을 받은 ‘스토리 킹’= 허교범 씨의 데뷔작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에 재능을 가진 ‘마술사’, 그리고 스무고개 탐정의 친구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들이 담긴 이 이야기는 하마터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그는 “원래 준비했던 원고가 실수로 삭제되는 바람에 20일 만에 다시 쓴 책이 바로 스무고개 탐정”이라 밝히며 이 때문에 취재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득이 된 걸까. 허교범 씨는 “내가 초등학교 때 겪었던 이야기나 학부생활 틈틈이 과외를 하며 들었던 이야기 등 과거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수밖에 없었다”며 초·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이야기 속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동화 속에 녹아나 ‘만원’이란 액수를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하는 부분이나 ‘수학 익힘책’이라는 소재처럼 아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책은 어른 심사위원보다 어린이 심사위원의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허교범 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앞두고 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학교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스무고개 탐정’시리즈를 내고 싶다고 말한다. 학부생활의 도착점이자 작가로서의 인생에 시작점에 선 그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회학도이자,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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