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부르크, 광기를 머금은 지성
바르부르크, 광기를 머금은 지성
  • 정승호 기자
  • 승인 2013.09.0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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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해석학(Iconlogy)의 창시자이자 현대 미술사학 및 문화사 연구의 기초를 세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의 일대기를 그린 『아비 바르부르크 평전』이 출간됐다. 

보다 앞선 시기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쓴 『아비 바르부르크 전기: 어느 지적 생애』는 제목처럼 바르부르크의 ‘지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의 정신병에 걸린 시기를 다루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다나카 준은 “바르부르크를 이야기할 중요한 문제를 놓쳤다”고 비판한다. 바르부르크는 ‘고대의 잔존(殘存)’이라는 주제에 평생 동안 매달렸는데 이는 르네상스 예술작품에서 격렬한 ‘정념(pathos)'을 지닌 고대적 형태언어를 발견해내는 과제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처럼 바르부르크가 고대의 잔존에 몰두하게 된 동인으로서 ‘광기’에 주목하여 “바르부르크가 정신병에 걸려 얻었던 사고분열과 착란상태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다나카는 이런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적인 평전의 형식과는 달리 바르부르크의 삶을 시간순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제국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바르부르크의 내적 갈등과 1차대전 말기부터 시작된 정신적 균형의 붕괴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 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1904년까지 바르부르크가 진행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연구를 분석한다. 그리고 다시 정신병을 극복한 이후의 바르부르크의 삶을 조명하는데 이는 “바르부르크가 정신착란에 빠진 시기에도 여전히 이전에 통찰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정신병이 치유된 뒤의 사고에도 정신착란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두드러지게 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바르부르크의 저작집이나 곰브리치의 바르부르크 전기가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르부르크의 종합적 이해’를 목표로 내건 이 책의 의미가 조금은 미약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책의 발간을 발판으로 삼아 바르부르크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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