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토) 청계천 광통교에서는 동성애자 커플 김조광수(영화감독·49)와 김승환(레인보우팩토리 대표·30)의 공개 결혼식 ‘어느 멋진 날, 당연한 결혼식’이 열렸다. 이 날 결혼식에는 차별에 저항하는 많은 사회적 소수자와 동료 영화감독이 참석해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홍대에 위치한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에서 ‘동성결합의 실천과 <당연한 결혼식>의 의미’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이 주최한 이 날 토론회에서는 △커밍아웃의 시간성 △다양한 생애 구성 △동성 결합의 제도화 등의 측면에서 당연한 결혼식의 의미를 검토했다.

발제에 앞서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것”이라며 ‘당연한 결혼식’을 하게 된 계기를 말했고 “결혼식 이후에도 동성 결합의 제도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의 한가람 변호사는 ‘당연한 결혼식’이 갖는 의미를 커밍아웃의 시간적 맥락에서 찾았다. 그는 “동성애자의 대중적 드러남이 방송인 홍석천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당연한 결혼식은 동성 결합의 실천이 대중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생애구성을 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주장했다. 결혼은 생애 구성 과정에서 전형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사회구성원의 자격을 부여받는 핵심적 기제인데 동성애자에게는 이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소수자들은 전형적 생애 구성의 바깥에서 규범적 가족에 도전하는 돌봄, 친밀성, 가족 실천 등의 다양한 생애구성을 모색해왔다”며 “이성혼 중심의 전형성을 넘어선 동성애자의 다양한 생애 구성이 사회적 제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겪은 차별 사례를 공유하며 동성결합 제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내가 일했던 병원에서조차 동성 파트너의 서명으로는 입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긴급한 의료상황에서 멀리 사는 가족이 올 때까지 동성 파트너는 그저 이름 없는 관계자였을 뿐”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외에도 상속권,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 의료보험 피부양자 지정, 주택임대차 승계권 등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연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한편 동성 결합 제도화 논의가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참가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된 상황에서 동성 결합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 6항 폐지 요구(동성애 비범죄화),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동성 결합 제도화 요구가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동성결혼법이 통과된 프랑스, 영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동성애 비범죄화-차별로부터의 보호-동성 결합 가족구성권의 제도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돼왔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제도화는 단계별로 진행됐지만 대중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인지시키는 논의는 순서와 관계없이 계속돼왔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자녀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김승환 대표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키우고 싶어한다”고 밝혀 참가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어 “생업이 바빠 아기를 키우기는 무리고 가족이 필요한 성소수자 청소년을 입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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