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 플러스 사업, 논쟁점을 짚다
BK21 플러스 사업, 논쟁점을 짚다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09.0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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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BK21 플러스 사업단 선정결과 발표

지난 8월 15일 2단계 BK21 사업과 WCU 사업의 후속 사업인 BK21 플러스 사업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BK21 플러스 사업을 통해 2013년 한 해 동안 2526억 원을 전국 64개 대학의 195개 사업단과 280개 사업팀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1, 2단계 BK21 사업과 달리 지역 우수 대학 육성을 목표로 2단계에서 전체 지원 예산의 24%를 차지했던 지역 대학 비중을 35%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부산대, 경북대, 전북대, 충북대 등의 지원이 늘어났고 소위 ‘SKY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 2단계에서 전체 예산의 34%였던 것에 이어 이번에도 3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중상위 대학들은 사업단 선정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서강대의 경우 신청한 사업단이 모두 탈락하고 지원 규모가 작은 7개 사업팀만 선정되며 2단계에서 28억 원이었던 지원이 16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방대 육성’, 이 방향이 옳은가?

BK21 플러스 사업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KAIST, DGIST 등)과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대학이 신청하는 ‘지역’ 분야와 그 외 대학이 신청하는 ‘전국’ 분야를 구분해 선정했다. 지방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일이지만 수도권 대학의 역차별 문제 등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단적으로 기타 중점분야의 경우 지역에서 4개의 사업단을, 전국에서 5개의 사업단을 선정하기로 계획됐다. 전국 분야의 경우 10개의 사업단이 신청해 절반이 탈락했지만 지역 분야의 경우 2개의 사업단만이 신청하며 모두 선정됐다. 박병욱 교수(통계학과)는 “지역 대학들의 경우 사업단을 신청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지원을 했다”며 자동 선정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지방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대학원 육성 프로그램인 BK21 플러스 사업을 통해 진행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에 따르면 지방 대학 육성과 대학원 정책은 서로 다른 분과로 구분되어 있다. 이번 BK21 플러스 사업의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형은 대학원생 교육 지원 사업이지만 지방 대학 육성이라는 취지가 더해지며 기존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근식 교수(사회학과)는 “대학원 교육 지원과 지방 대학 육성은 따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며 “지방 대학 육성의 경우 학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지 대학원을 지원하는 방향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 대학 비중 확대는 박근혜 정부가 내건 ‘지방대 발전’ 교육정책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판단이 BK21 플러스 사업과 같은 학문 지원 사업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병욱 교수는 지역 할당의 경우 “1, 2단계를 거치는 동안 지역의 사업단들이 얼마나 잘 했는지를 평가해서 이뤄져야지 정치적인 판단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인문대의 A교수도 “지방 대학 육성은 꼭 필요하지만 비중 배정이 학문의 논리를 통한 것이어야 한다”며 “정치가 학문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그래픽:강동석 기자 tbag@snu.kr

학문의 특성을 고려한 선정 기준 필요해

BK21 플러스 사업은 그 선정 과정과 기준에서도 학문 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량적 지표를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례로 인문·사회 분야에서 영어 논문이 한글 논문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자연계의 경우 저명한 학술지들이 대부분 해외 학술지이기 때문에 영어 논문이 한글 논문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이런 평가 기준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다.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지원 사업에서 영어 논문에 한글 논문보다 높은 점수를 주게 되면 교수들은 한국의 문제를 연구하는 것보다 외국 학계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하게 되고 점차 국내 학계의 학술적 논의가 빈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자연계 내에서도 응용과학과 기초과학을 구분하지 않는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형의 기타 중점분야는 BK21 플러스 사업에서 제시한 과학기술분야에 포함되지 않는 학문분야의 사업단들이 신청하는 분야다. 따라서 기타 중점분야에는 공대와 자연대가 같은 범주로 묶여서 함께 지원했는데 공대와 자연대의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기초과학 학문의 경우 공대의 사업단에 비해 논문의 수나 특허의 수에서 앞서기 어렵다. 기타 중점분야에 신청했던 박병욱 교수는 “응용 학문과 기초 학문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길 기대했지만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불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통계학과는 BK21 플러스 사업 평가 기준으로 했을 때 세계 1, 2위를 다투는 UC버클리 통계학과 보다 점수가 높다”며 “UC버클리가 BK21 플러스 사업에 지원해도 탈락한다는 의미”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선정 평가 비공개, 우려의 목소리들

BK21 플러스 사업의 경우 1, 2단계 BK21 사업 때와 달리 선정 평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평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선정 결과만을 공개하는 것은 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서울시립대는 “이번 BK21 플러스 사업은 경쟁 사업단과 해당 사업단의 평가 결과를 보여주는 정보의 공개 없이 선정 여부만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며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연합뉴스」 2013년 8월 26일자) 이에 대해 A교수는 “객관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상태로 선정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통로가 막혔다”며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회복해야 함을 주장했다.

또 탈락한 사업단들의 경우 2년 후 있을 재평가를 위해 평가 내용을 공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한양대 최덕균 산학협력단장은 “탈락한 이유를 알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경상대 이성갑 산학협력단장 역시 정보가 공개돼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A교수는 “평가 결과는 각 사업단이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평가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단 선정에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은 연구진흥 프로그램과 교육기반 확충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연구 역량 발전을 위한 연구진흥 프로그램의 경우 우수한 대학에 집중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BK21 플러스 사업의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형의 경우 교육기반 확충 프로그램에 속하는 사업이다. 학문 후속 세대를 키우기 위한 대학원 교육 지원의 철학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규모와 위상에 맞게 골고루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대의 지원은 어떻게 돼야하는가?

서울대의 경우 2단계 BK21 사업에 비해 사업단·팀 수는 44개에서 35개로 감소했고 지원액은 388억 원에서 385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건축학과, 통계학과, 사회학과와 같은 특정 단과 대학에서 대거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앞으로의 대학원생 지원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BK21 사업 지원비는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제공돼왔기 때문에 탈락한 사업단의 경우 당장 대학원생들을 지원할 방법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또 이전 사업의 지원을 받던 사업단들의 경우 양적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지원이 끊어지게 되면 연구 역량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2년 후 사업 선정을 위한 본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BK21 플러스 사업은 2년 후 재평가를 통해 기존 선정 사업단의 10%를 탈락시키고 재선정을 할 예정이다. 이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이번에 탈락했으나 이후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근식 교수는 “다음 기회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BK21 플러스 사업 지원금의 절반 정도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정 교수는 “대학 발전과 대학원 육성을 위한 기준을 서울대가 앞장서 세워야 한다”며 “본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어떻게 하면 대학원을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A교수 역시 “사업단의 지원이 지금 끊어지면 지난 14년간 축적돼 온 많은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노현 연구처장은 “사업단을 유지하는 것은 재원적으로 어렵다”며 “대학원생들을 지원해 연구 역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학과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미선정 사업단이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수요조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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