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기본'을 묻다
문화의 '기본'을 묻다
  • 이석현 기자
  • 승인 2013.09.0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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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제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문화기본법’이 통과됐다. 이에 문화연대에서는 지난 4일(수)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에서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문화기본법에서 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법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문화’의 범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천문화재단 손경년 예술본부장,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정희섭 소장,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등 관련 전문가 4인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문화기본법안에 따르면 문화기본법이란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문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이 법은 단순히 문화예술 창작자나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뿐만이 아닌 국민들이 더 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기는 것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문화기본법은 지난 2004년부터 10년간 수차례에 걸쳐 추진과 좌절을 거듭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관련법 제정을 1순위로 두면서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현재 문화기본법은 법사위원회 의결과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여야가 이 법을 쟁점으로 삼지 않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법안의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 사진: 전수만 기자 nacer8912@snu.kr
 
하지만 발제자인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법)는 문화의 근간이 되는 법이 단 6개월만에 통과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화기본법에서 문화의 범주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채로 법안이 추진되면 단순히 정부의 문화사업을 거들기 위한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부가 추진하는 많은 관련법이 있지만 그것을 담을 총괄법인 문화예술진흥법은 모법으로서의 기능을 하기엔 너무 오래된 법”이라며 “새로운 총괄법을 만들어야 하는 문화부가 기본법을 너무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발제 이후 ‘그렇다면 문화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문화의 국가주의화와 법안이 기본법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특히 박경신 교수와 손경년 예술본부장은 문화국가주의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라서 문화산업이 지원되다 보면 자연스레 국가의 주도에 의해 문화산업의 발전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신 교수는 “문화를 국가후견주의의 입장에서 위축시킬 위험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국가의 목적에 맞추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쉽게 문화를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법안이 이전 법안들에 비해 상당히 진전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희섭 소장은 “현 정부가 내린 정의는 문화에 관해 굉장히 진보적인 정의”라며 “정부가 자신들이 얻는 이익과 무관하게 이 정도로 문화의 정의를 내게 한 것은 많은 활동가들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의 정의에 대한 토론보다는 곧 제정될 문화기본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문화기본법과 문화의 정의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기획을 맡은 박선영 문화정책센터 활동가는 현재 문화기본법에서의 문화에 대한 개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번 포럼이 충분한 담론의 장이 됐기를 바란다”고 행사의 의의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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