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충현 석사과정 (예방의학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관련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기사들 중 신뢰할 만한 내용을 선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기사에는 제한된 정보만이 제공되기 때문에 기사의 내용만으로 그 근거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기본적인 비판적 사고와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다면 최소한의 기준으로 기사를 걸러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현대 의학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인 근거중심의학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근거중심의학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진단, 치료 등의 임상 행위를 위한 판단에 있어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사용하는 의학”을 의미한다. 과학적인 입증을 위한 방법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중재의 근거를 찾는 과정에 한정하여 설명하겠다. 중재란 건강 상태의 호전을 기대하고 시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임상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활 습관 개선 또한 포함된다. 중재의 효과를 입증하는 방법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데, A라는 중재가 B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조군”이 있어야 하고, “B”를 관찰하여야 한다. 예컨대 레드 와인이 수명을 늘려준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면 레드 와인을 마시지 않는 대조군이 있어야 하고, 관찰의 결과는 생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드 와인을 마신 사람들만을 분석해서도,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지표를 관찰해서도 엄밀히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건강 관련 기사를 읽을 때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가 시력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가 있다고 하자. 내용을 읽어보니 블루베리에는 A라는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A라는 물질이 시력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고 하자.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려면 A라는 물질이 동물 실험 등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력 개선 효과를 나타내었어야 하고, 그 물질의 효과가 블루베리 섭취로 인해서 똑같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기본적으로 블루베리 섭취군과 대조군의 시력 개선 여부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는 간접적인 근거일 뿐, 기사의 제목처럼 블루베리가 시력을 개선시켜준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예를 들어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가 사망률을 낮춘다는 기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내용을 읽어보니 특정 인구 집단에서 알코올 섭취량을 조사하고 추적관찰한 결과,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고 하자. 해당 연구가 제대로 시행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사를 읽어서는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이 기사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말한 과학적 근거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경우, 이에 반하는 기사가 나올 때까지는 사실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론 향후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다면 판단을 잠시 보류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기사의 내용만으로 그 근거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서술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허무맹랑한 내용은 걸러내고 취사 선택하여 근거가 의심스러운 기사를 접하였을 때 그 내용의 신뢰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안충현 석사과정
예방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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