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한네스 B. 모슬러 교수

▲ 사진제공: 모슬러 교수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장승 두 기를 찾아볼 수 있다. ‘자유대학남장군’, ‘자유대학여장군’이라고 새겨진 장승은 그곳이 베를린 자유 대학(Berlin Free University, 자유대) 한국학과라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문화학부 동아시아와 중동학과 영역에 속한 자유대 한국학과는 1980년 일본학과의 부설강좌로 시작해 이제는 명실상부 독일 제1의 한국 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자유대를 직접 방문해 한국학자 한네스 B. 모슬러 교수(자유대 한국학과)를 만나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유대 동아시아연구대학원에 위치한 모슬러 교수 연구실은 한국어 서적으로 가득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문을 열었다. 모슬러 교수는 “K-pop과 한국 영화 등 한류 열풍으로 최근 10년 간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한국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며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코리아’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코란’ 전공이냐며 되물을 만큼 한국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자유대 한국학과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정립하고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간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한국학은 한국의 문학·역사·지리 등 인문학적 접근에 치중돼왔다.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을 위해 고전 한국학을 주로 연구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유대 한국학과는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 일변도를 탈피하고 현대 한국의 사회과학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모슬러 교수는 “자유대는 독일 내에서 유일하게 현대 한국 사회를 연구·교육한다”며 자유대 한국학과의 특성을 강조했다.

특히 자유대 한국학과는 현대 한국 정치에 강세를 보인다. 이은정 학과장은 헌법과 정치사상·문화, 모슬러 교수는 정당과 정치체제, 에릭 발바흐 전임연구원은 북한의 정치·외교 전공이기 때문이다. 또 독일 통일을 주 연구 대상으로 삼아 통일 정책 경험을 연구하고 한국 통일에 이를 활용하고자 한다. 한국의 통일부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공무원의 연수, 워크숍 등을 실시중이다.

자유대 한국학과는 이처럼 강점이 있는 분야에 대해 ‘선택과 집중’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기관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학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유대 한국학과는 현대 한국 사회의 사회과학적 연구를, 보훔대 한국학과는 고전 한국학의 인문학적 연구를 전담하고 1년에 한차례 컨소시엄을 개최해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모슬러 교수는 “한국학 연구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전문화된 분야에 집중하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눔으로써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자유대-보훔대의 협력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연세대 국학연구원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동교재를 제작하는 등 국내 한국학과의 소통과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이어 모슬러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학 연구의 걸림돌로 ‘연구자의 부족’을 꼽았다. “한국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한국학자가 부족하다”는 그는 “그 결과 출판물과 교재, 학술저널이 부족하고 학술대회와 학술행사 또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그는 “신입생들은 한류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재미를 느껴 한국학과에 진학한 경우가 많다”며 “문화에 대한 좁은 관심은 한국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며 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끝으로 모슬러 교수는 한국학이 하나의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내·외 한국학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학이 하나의 학문분야로 인정받으려면 학문의 방법론적으로 체계와 이론을 갖춰나감으로써 다른 학문분야와 연계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여러 대학의 한국학과와 달리 스스로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유대 한국학과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유대 한국학과가 독일을 넘어 유럽의 한국학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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