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코레일에 주지 않고 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체제로 만드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철도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이것이 철도 민영화로 가는 준비 단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경쟁체제 도입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지 민영화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논란이 증폭된 또 다른 이유는 철도 민영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대치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적 합의와 동의 없는 철도 민영화는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논란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수서발 KTX 개통을 두고 벌어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 논란의 중요 쟁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 그래픽: 강동석 기자 tbag@snu.kr


◇철도 민영화vs경영효율성 제고=철도 경쟁체제 도입 논란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것이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인지 여부다. 국토부가 계획한 철도 경쟁체제 도입 방안은 수서발 KTX의 운영을 코레일에 맡기지 않고 별도의 자회사를 출자해 둘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자회사는 코레일이 지분의 30%를 출자하고 나머지 70%를 공공기관이 연기금 형식으로 출자해 세워지게 된다. 또 이 자회사의 지분은 민간기업에 팔 수 없도록 규정하게 된다. 때문에 이 방안은 철도 민영화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스스로를 독일식 모델이라 말하는데 독일에서도 경쟁체제를 우선 도입해 주식 발행이 가능한 법인을 설립한 후 민간에 매각을 시도했다”며 “일단 법인이 세워지면 매각에 대한 결정권은 오로지 주주들에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노선의 경우 민간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규정이 철도 민영화의 준비 단계라고 주장한다. 현재 코레일은 경부선 KTX에서 나오는 흑자로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서발 KTX에 수요를 뺏겨 수입이 줄면 적자 노선의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러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철도 민영화 정책과 다를 것이 없다”며 “민영화라는 단어만을 빼내 반대여론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국토부 철도산업팀 유삼술 사무관은 이에 대해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게 되면 하부 기반시설이 유휴화되는데 그보다는 민간이 사용하는 편이 낫다”며 “이를 모든 철도운영 사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부채, 코레일의 책임인가?=국토부가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한 코레일의 부채에 있다. 코레일의 부채는 올 6월 기준 17조 6천억 원(부채비율 435%)이다. 정부가 2005년부터 약 4조 5천억 원의 재정 지원을 해왔지만 계속해서 급격히 늘어만 왔다. 유 사무관은 “그동안 자생적 개혁 방안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이제는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취지를 밝혔다.

반면 철도노조는 적자와 부채의 원인이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 아닌 철도의 사회적 기능 수행에 따른 정책적 적자라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백성곤 선전팀장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저렴한 요금, 세계 최고의 선로 사용료, 정부의 PSO(공공서비스보상) 감액 등이 적자의 주요 원인이며 고속철도 건설, 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에서 정부로부터 전가된 비용이 급증한 부채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철도운영 산업은 경쟁이 가능한가=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철도운영 산업에서는 경쟁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선로를 따라 운행하는 철도의 특성상 동시에 서비스를 비교,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 팀장은 “시민들이 열차를 탈 때 고려하는 것은 접근성이나 출발시간”이라며 “강북에 사는 시민이 수서역에서 KTX를 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자연독점적 특성을 지닌다”며 “경쟁이 항상 옳고 독점은 나쁘다는 식의 정부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반시설의 경우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운송 서비스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에 철도운영 산업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 사무관은 “마치 저가항공사들이 경쟁하듯 단체요금, 야간요금 등의 탄력적 요금제 도입, 객실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이 가능하다”며 “서울역과 수서역의 중간지역, 선로가 겹치는 평택-부산 구간에서는 경쟁효과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석 교수(한국교통대 철도시설공학과)는 서비스 간 경쟁 외에 사업자 간 상대적 경쟁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코레일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내부적 효율성 수준을 비교할 수가 없다”며 “경쟁 사업자가 생기면 운영 비용, 평균 연봉 등이 비교되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를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운영 개편시의 변화도 고려해야=전문가들은 철도가 공공재기 때문에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금 인상, 사고 위험 증가, 공공성 훼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장은 “경쟁체제 도입으로 철도 요금이 폭등한 사례는 외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철도 산업 전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팀장은 사고위험의 증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철도는 관제·선로·운행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제돼야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데 다수의 사업자들이 나눠맡게 되면 의사소통에 오류가 생겨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사무관은 해외 사례를 드는 것은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비교라고 지적했다. 흔히 예로 드는 영국의 경우 철도 요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물가상승률과 다른 교통수단의 요금인상률에 비하면 오히려 철도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재 경부선 KTX의 수용능력은 포화 상태”라며 “공급을 늘리고 경영을 효율화하면 요금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고 위험에 대해 “관제와 운영이 독립돼야 제3자의 입장에서 감독할 수 있다”며 “관제와 운영이 적당히 불편한 관계일 때 철도가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벌어질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코레일이 수서발 KTX와의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더 떨어지면 적자 노선의 운행을 반강제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민간이 이를 인수하면 자본의 논리가 철도를 지배해 벽지 노선 운행 축소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공공성이 공기업에 의해서만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국철은 도시 간 수송을 담당하고 민철은 지역 내 수송을 담당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공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민간기업이 공공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관도 이에 대해 해외와 국내의 정책적 차이를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의 철도 경쟁체제는 상하분리 원칙(상부 운영은 경쟁, 하부 기반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는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철도 민영화를 실패한 국가들은 하부까지 모두 민간에 팔았기 때문”이라며 “이들 국가들도 현재는 정부가 다시 하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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