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철 박사과정
생명과학부

현대 과학 기술 연구는 서로 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연구 논문도 다른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에 따라 평가받고, 새로운 개념과 연구 기법도 다른 연구자의 연구 내용에서 착안하여 발전시킨 경우가 대다수다. 연구 논문에 기술된 연구 방법은 그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그리고 발전시킨 이의 정교한 노하우를 직접 글로써 담아내기는 힘들며, 같은 학과나 연구 시설 내에서도 동일한 연구 방법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동일한 어려움을 각자가 겪고 있다. 이는 연구자 서로 간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며, 중복적이고 소모적인 연구 실패를 줄여서 학교 차원에서도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소통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지난 2월 자연대 생명과학부 대학원에 학생자치회가 설립되었다. 설립 목적은 대학원생의 연구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대학원생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대학원생 연구 환경에 관한 문제를 민주적인 의사 결정 기구를 통해 수렴하고, 해결함에 있어서 힘을 모으자는 것이었다. 그간 있어온 여러 체육, 학술, 교류 행사를 통해 생명과학부 대학원 내에서는 대체로 학생자치회의 활동을 지지하며 앞으로 더 발전하였으면 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현 대학원 내의 문제 해결, 연구 활동 개선에 대한 대학원생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사료되며, 아마 이러한 인식과 현실은 생명과학부가 아닌 다른 대학원 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어 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원생들의 자치적인 학생소통기구가 필요하다. 공통의 문제를 기구 내 의견 수렴 창구를 통해 수집할 수 있으며, 민주적인 의사 수렴 기구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결책은 개인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게 학교 내 행정 및 정책 결정권자와 교수에게 전달될 것이다. 학생소통기구의 학술 자치 활동과 연구 시설 개선 활동을 통해 대학원생들은 서로의 연구 방법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연구 결과를 좀 더 빨리 얻을 수 있게 되거나 새로운 분야와 개념을 개척하여 대학원생 본인은 물론 그의 지도교수와 학교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중요한 대학원생의 인권은 대학원생 개개인이 훌륭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 학생자치회와 같은 대학원 학생소통기구가 설립된 이공계 대학원은 생명과학부 밖에 없다. 공과대학이나 농업생명과학대학 등에서는 대학원 학생기구 설립을 위한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학생소통기구를 설립하는 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학생소통기구의 대표와 주도적인 일들을 수행하는 대학원생들의 수고에 대한 보상책과 같은 것들이 없으면 매우 힘들 수 있다. 결국 대학원생들의 학생소통기구 설립에 대한 실천의지와 학교 차원에서의 능동적인 배려와 독려가 요구된다. 하루 빨리 서울대학교 이공계 대학원들에서 학생소통기구가 설립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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