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떠들썩하다. 지난 5월에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통상임금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댄 애커슨 GM 회장에게 최대한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해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지난 5일(목)에는 이와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계와 재계 양쪽의 입장을 듣는 공개변론을 열었지만 공개변론에서는 이례적으로 당일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대학신문』은 통상임금 논란의 핵심요소와 그와 관련한 노동계, 재계 양쪽의 입장을 조명한다.

◇통상임금, ‘뜨거운 감자’가 되다=현행법상 우리나라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연장근로를 할 경우 시간 외 수당을 받는데 이는 통상임금의 1.5배, 2배 등의 방식으로 책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는 통상임금이 높을수록 임금 총액이 늘어나고 기업 측은 그만큼 생산비용이 늘어난다. 현재 이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이 팽팽하다.

한편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통상임금과 관련된 노사 분쟁이 거의 없다. 한국처럼 장시간 근로를 거의 찾기 힘들고 기본급 자체가 높아 각종 수당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선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시간 외 수당, 상여금을 더 주고 기본급은 상대적으로 덜 올려왔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번 올리면 다시 조정하기 힘든 기본급과 달리 수당과 상여금은 임금 협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도 한때 기업이 기본급을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피면서 이를 부추겼다. 이런 일들이 계속 누적돼 정기 상여금이라는 기형적인 임금제도가 생기게 되고 이것과 관련해 통상 임금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못해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사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은 한국에서도 최근에서야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기존의 산업현장의 경우 노사가 대체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왔다. 법원도 오래전부터 고용노동부의 예규와 사실상 동일한 해석을 해왔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 산정기준의 범위를 개별 사건에서 조금씩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3월 대법원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이것을 계기로 현재 160여 건의 통상임금 소송이 법원에 제출된 상태다.

◇모호한 법안…법리 해석 두고 대립=노동계 측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를 근거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는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은기 국장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원은 대부분의 판례에서 1996년부터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띤 상여금과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판결을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계 측은 법원의 이런 판례들이 행정지침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던 산업현장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법제1팀 김명진 위원은 “기존의 통상임금 규정이 불명확해 노사는 1988년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 오랜 기간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임금협약을 체결해 왔다”며 “법원의 해석은 당사자의 해석이나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계 측에서는 법원의 해석에 대해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김 위원은 “노사는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고려해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염두에 두고 총 임금액의 기준이 되는 시간급과 임금인상률 등의 합의 결과를 도출한다”며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노사합의가 위반이라는 법원의 해석은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말했다.

▲ 그래픽: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경제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어=양승태 대법원장은 통상임금 공개변론에서 전체 시간의 반 가까이를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에 법리적 해석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확대의 경제적 효과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동계와 재계는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들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시킬 경우 일시에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최소 38조 5천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기업의 투자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위원은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에 따라 인건비가 증가하면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고 노동비용이 저렴한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또 가뜩이나 어려운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재계의 이런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돼도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지난해 유보율은 1441.7%로 이는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중소기업들의 도산과 관련해서도 해결책은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국장은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노동자들이 추가적으로 얻게 될 소득 중 매년 10조원 정도가 세금, 4대 보험료 등으로 납부가 될 것”이라며 “이 돈을 중소기업 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상임금이 커질 경우 신규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제일 긴데 이는 낮은 통상임금으로 인해 시간 외 수당 역시 낮기 때문”이라며 “통상임금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연장근무를 시키는 대신 신규채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과는 별개로 노사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은 한국노총이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에 무기한 참여 유보를 밝힘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라 이번 통상임금 문제는 이번 연말로 예정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달려있다. 사법행정상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앞으로 관련 판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과연 전원합의체는 어떤 결정을 할지, 그 결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안겨다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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