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애국은
상식의 선에서 이뤄져야
잘못된 방식의 애국심 고양은
오히려 역효과 일으켜

▲ 김민식 사회부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하루를 마다않고 화제다. 지난 7일 열린 제125회 IOC 총회에서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확정지었다. 이날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은 완전히 차단되어 안전하다”며 “2020년까지 방사능 유출수에 대한 문제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IOC 총회 다음날 “이미 유출된 오염물질이 있다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뒤집었다.
 

지난 주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총회에 참가해 연설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의 절반을 여성문제에 할애했다. “일본은 여성에 대한 범죄행위를 막는 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3년간 3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해온 전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이 외에도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꾸준히 막무가내식 발언을 이어왔다. 식민지 지배, 침략과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에 대한 수정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전쟁 포기, 전력 미보유, 교전권 부인을 명시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이와 같은 행보를 이어올 수 있는 데는 높은 지지율이 기반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물가하락 타개라는 명목 하에 엔저를 주도해 온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성공 여부를 떠나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이는 정권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계기가 됐다.
 

내적으로는 애국심 고취를 위한 교육개혁, 평화헌법 개정, 자위대의 군대화, 외적으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확보를 통한 동맹국 간 공조 강화를 시도한 것도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강한 일본을 만들자’,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오자’라는 구호가 일종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경제위기로 상실감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겐 일종의 세뇌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애국심 고양 전략을 통해 국민에게 세뇌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애국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의심과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관계 악화로 인해 해외 정상과의 회담도 연이어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상적이고 실리적인 외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한계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초반 재정지출 확대, 금융완화, 성장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엔저 유도, 주가 급등 등 경기회복을 이끌어냈지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성장실적이 둔화되면서 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난다면 세뇌효과조차 사라질 것이다.
 

국가가 국민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고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것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그 방법은 영광의 역사를 부각해 가르치는 것이 될 수도,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도, 외교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자긍심과 애국심은 위에서 언급한 그것과는 다른 것 같다. 국민들의 마음에서 우러난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일본 국민들의 자긍심과 애국심이 무너졌을 때 그 피해자는 일본 국민 그리고 아베 총리 본인일 것이다. 지속적이고 건강한 애국심은 과거의 죄에 대해 솔직해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후세에 제대로 알릴 때 고취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본인이 말한 대로 애국주의자라면 반동적 민족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지금의 방향에서 벗어나 상식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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