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 다쳐 쓰러져 있거나, 도로에 죽어 있는 야생동물들을 자주 목격한다. 동물들은 주로 도로, 건물의 유리창 등 대부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의 직·간접적인 영향때문에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다. 하지만 이렇게 위기에 처해있는 야생동물들을 치유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구조한 동물들을 치료해준 다음 충분한 훈련을 시킨 후에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주는 일들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 상처 받은 야생동물들, 다른 인간의 도움으로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 받고 있는지 충남에 위치한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찾아가 봤다.
글·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 흰뺨검둥오리의 운명

다리 밑에 껴 있는 오리를 구조했다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가보니 왼쪽 다리가 절단된 상태의 흰뺨검둥오리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오리의 왼쪽다리는 2차 감염의 우려가 없을 정도로 깔끔히 봉합된 상태였다. 우선 이 흰뺨검둥오리를 구조센터로 이송했다. 김희종 수의사는 이송된 오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방사선 촬영을 했다. 간단한 진료를 통해 이 오리는 이미 이전에 치료를 받고 방생됐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며 아직까지는 야생에서 살아갈 능력이 부족하고, 먹이를 잘 먹지 못해 가슴 부분이 마른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구조된 개체를 입원실에 두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상처를 살펴본 다음, 다시 방생할 수 있도록 야생 환경에 맞춘 야외 계류장으로 이동시켜 관리를 해야 한다.
 

 

 

 

▲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

구조센터에 들어온 야생동물들을 방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조건들 중 가장 중요시 되는 부분은 방생대상 개체가 자연환경에서 스스로 먹이활동을 하며 생존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의 여부이다. 이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구조센터에서는 다양한 행동 양식의 체험을 포괄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조류의 경우에는 비행훈련도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진 속의 너구리와 같이 방생의 조건을 만족한 개체를 방생할 때는 목이나 다리부분에 GPS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한다. 장치를 통해 방생대상이 자연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시 다쳐서 센터로 돌아오게 될 경우엔 이전 차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방생되기 위해 떠나는 너구리의 모습을 보며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자연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김희종 수의사 얼굴에선 섭섭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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